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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앙지검이냐 성남지청이냐… 檢, 이재명 구속영장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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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10일 서울중앙지검에 나가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사건과 관련해 두 번째 조사를 받는다. 조사가 임박하면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2차 조사 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입장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난제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정치권을 흔들 수 있어서다. 이 대표가 회기 중 구속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표결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법무부 장관의 구속 필요성 설명과 이 대표의 해명이 동반된다.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 검찰로서는 ‘경우의 수’를 따져 가장 확실한 카드를 꺼내야 하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한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 ‘위례·대장동 개발비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 3부(부장검사 강백신)와 이 대표의 신병 처리 방식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성남FC와 위례·대장동, 두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어디에서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결정은 이 대표의 2차 조사 직후 내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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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내부 비밀을 흘려 그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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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에서 청구하면 '무게감', 측근들도 중앙에서 모두 구속
영장 청구 주체가 중앙지검이냐 성남지청이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내포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구 가능성은 성남보다 중앙이 더 크다. 중앙이 성남으로부터 성남FC 사건을 넘겨받아서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사건과 묶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중앙은 확실히 무게감이 실린다. 위례·대장동 사건은 이 대표가 받는 각종 의혹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 검찰이 1년 넘게 수사해 왔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서도 최상단에 적시해야 의미 있다는 주장도 검찰 내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그간 위례·대장동 사건 관련 피의자 대부분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줬기 때문이다. 중앙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물론 국회 체포동의안 통과가 전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 대표의 측근 인사,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력이 있다.

성남은 '상징성'… 제3자뇌물 혐의도 명확
성남에서 영장을 청구하면 상징성이 강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일한 2010년 7월~2018년 3월 각종 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 관할을 이유로 중앙의 사건을 성남이 넘겨받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성남은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내용은 물론이고 외형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그간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진 지역 토착 비리 범죄에 대한 통상적인 수사"라고 강조해온 점도 성남에 힘을 싣는다.

또 다른 배경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가 명확하다는 점 때문이다. 위례·대장동 개발비리 사건과 비교해 성남FC 후원금 사건이 검찰이 영장심사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더 소명하기가 쉽다고 보는 시각이다. 검찰은 관련 물증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성남FC 고액 후원금과 관련해 결재한 문서들을 대부분 입수했고 제3자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된 판례들도 오랜 기간 검토해 왔다.

구속영장 청구 없이 곧바로 기소 가능성도 남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곧바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불구속 기소는 정치권과의 불필요한 충돌, 논란을 피할 수 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하고 재판에서 이 대표의 유죄를 밝히겠다고 결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도 이 대표의 구속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 검찰이 그간 진행해 온 수사에 큰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리스크를 모두 감내하면서 검찰이 과감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법조계에선 적지 않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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