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슈 미술의 세계

'캡틴락' 한경록 "편견과 문턱 없애는 게 로큰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늘부터 '홍대 최대 명절' 경록절 스타트…과학 강연·북토크도

"코로나로 3년 공연 끊겨 생계 쉽지 않아…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연합뉴스

'2023 경록절 마포르네상스'를 기획한 한경록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2.8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년 동안 공연이 다 끊겨서 생계가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캡틴락'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은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공연계에서 비수기인 2월에 '판'을 벌린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는 않지만, 겨울잠을 일찍 깬 개구리가 얼음을 깨고 나오는 것 같은 행사를 기획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생일인 매년 2월 11일을 전후해 이른바 '홍대 최대 명절'로 꼽히는 음악 축제 '경록절'을 연다. '마포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올해 행사는 마포아트센터와 홍대 일대 라이브클럽에서 2020년 이래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이날부터 12일까지 무려 5일에 걸쳐 열린다.

경록절은 2007년 작은 호프집에서 친한 음악인과 함께 말 그대로 '생일잔치' 느낌으로 조촐하게 시작됐지만, 점점 규모를 키워 올해는 5일에 걸쳐 약 120팀에 달하는 대중음악인들이 출연한다.

출연자 명단에는 '낭만 가객' 최백호, 가수 이적·양파, 밴드 크라잉넛·몽니·딕펑스 등 '록 마니아'가 아니라도 알 만한 유명 가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올해는 특히 단순 록·인디 공연 수준을 넘어 화가로도 활동하는 김창완 등이 출품한 미술 작품 전시를 비롯해 시 문학·과학 강연과 북 토크 등 다양한 예술 행사까지 열려 명실공히 '종합 문화예술 축제'로 체급을 키웠다.

한경록은 "그동안 경록절이 홍대 인디 문화를 사랑하는 분들 사이의 마니아적 요소가 있었다면, 올해는 아이들도 올 수 있는 입체적인 페스티벌로 만들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특히 인디 공연과 미술 전시를 결합한 아이디어에 관해 묻자 "따지고 보면 예술도 예능만큼 재미있다"며 눈에서 총기를 내뿜었다.

"제가 예술에서 추구하는 게 재미입니다. 찰리 채플린이나 '인디아나 존스'처럼 지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음악과 결합한 미술도 현학적으로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편견과 문턱을 없애는 게 로큰롤 아니겠습니까. 하하."

한경록은 "이번에 출품한 작품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출품한 분들이 다 뮤지션이거나 음악계 종사자다. 음악의 숲에 들러서 (상쾌한) 민트밭을 걷는 느낌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원에 꾸며진 꽃이 아닌 아름다운 자연 속 들꽃 같은 느낌으로 작품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가요계 대선배 김창완의 작품 '자화상' 앞에서 노래하는 한경록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크라잉넛의 한경록이 서울마포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김창완의 미술 작품 '자화상' 앞에서 기타를 들고 노래하고 있다. 2023.2.8 jin90@yna.co.kr


가요계 대선배이기도 한 산울림의 김창완은 올해 완성한 신작을 보내와 전시에 힘을 보탰다. 데뷔 46년의 세월을 담은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김창완은 전날 '마포아트센터 전시회에 부쳐'라는 글을 통해 "내 얼굴이 가장 잘 보이는 것은 현미경이나 망원경이 아니라 거울"이라며 "알 수 없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신비함으로 놔둔 채 투박한 붓질을 할 때 음악같이 조화로운 그림이 그려지곤 한다"고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경록은 "놀이도 기획이고 창조이기 때문에 '예술적인 노래판'을 벌려보자고 했다"며 "나의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한 채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경록절이 문화를 소개하는 하나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생일 파티에 술과 안주가 빠질 수 없는 법. '인디' 축제인 만큼 수제 맥주 양조장의 도움을 얻어 역대 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200만㏄의 맥주를 준비해 놨다. 8일과 11∼12일 공연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고, 9∼10일 행사는 온라인으로 열린다.

"'러브 앤드 피스'(Love and Peace) 같은 느낌으로 세대, 정치, 좌우, 남녀 등 모든 갈등을 잊고 오늘만은 즐기자는 행사입니다. 열심히 사는 것을 강요받는 시대잖아요. 경록절로 삶의 쉼을 얻고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공연 라인업 가운데 반가운 이름 중 하나는 가수 양파다. 그의 고교 후배로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최백호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힘든 후배 음악인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출연을 부탁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흔쾌히 수락했다고 했다.

한경록은 "록밴드만 할 때는 내 음악만 소소하게 즐기면서 하면 됐는데, 기획자의 입장이 되니 (출연해주는) 고마운 분들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준비하게 되더라"며 "너무나 감사드린다. 준비하면서 많이 배우는 부분도 많다"고 몸을 낮췄다.

연합뉴스

'2023 경록절 마포르네상스' 포스터
[캡틴락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별명 캡틴락(Captainrock)은 말 그대로 '록의 대장'이라는 의미다. 2003년께 록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겠다는 포부에서 장난으로 지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난 이 시점에, 120팀에 달하는 선·후배 음악인을 위해 대형 축제를 상업적 목적 없이 기획한 그는 별명 그대로 한국 록의 대장이 됐다.

한경록은 "솔직히 내가 음반을 100만 장씩 팔아치우는 슈퍼스타도 아닌데 이 같은 행사를 기획하다 보니 부담감도 있다"며 "그래도 평범한 인디 뮤지션으로 28년간 해 오면서 동료를 위해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경록절을 준비하는 지난 한 달 동안 부쩍 흰머리가 많아졌어요. 사실 언제까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늘 들지만, 매해 새롭게 도전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또 한 승부욕 하거든요? '너 올해도 할 수 있겠어?'라는 느낌으로 저 자신과 줄다리기를 하는 느낌이랍니다. 하하"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