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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자 7300여명…"정부 어딨나" 더딘 구조 원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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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명 투입 구조에도 장비 부족, 추위로 제속도 못내

지친 주민들 맨손 투혼…시리아 정부, 서방에 지원 촉구

뉴스1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남동부 아다나에서 폭삭 무너져 돌무더기로 변한 건물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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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대지진 피해 지역은 각국 긴급구조대 파견에 힘입어 구호 활동이 한창이지만 여전히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는 구조대 진입조차 곤란한 상황이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이날 지진 피해 10개 주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색·구조 인력 2만여명을 가동 중이지만 수천㎞ 상당의 광범위한 피해 지역을 구호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터키 당국은 아다나에서 디야르바키르까지 약 450㎞, 말라티아에서 하타이 300㎞에 이르는 지역에서 약 1350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비상사태 선포 이래 구호·구조 물품 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아다나공항에서 독일 구조대원 요하네스 구스트는 트럭에 장비를 실으며 "(피해) 면적은 엄청나다"며 "이런 것은 전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카라만마라슈의 알리 사기로글루는 "폐허 속에서 내 동생을, 조카를 찾을 수 없다"며 "이곳에는 국가 공무원이 없다. 이틀 동안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추위로 인해 얼어붙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타키아의 한 여성은 "아버지가 방 바로 뒤에 있다"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구조대원들은 벽을 제거할 굴착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다른 여성은 "구조대가 오늘 아침에 도착했지만 원조도, 전기도, 전화도, 음식도 없다"며 "터키에서는 '정부는 어디 있냐'는 상투적인 말이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급기야 주민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 구출을 위해 기본 장비도 없이 '맨손 투혼'을 발휘했다. 구조대원과 협력으로 54세 여성이 지진 발생 32시간 만에 8층 건물에서 구조됐다.

주민들은 더 많은 구조대원을 기다리며 헬멧, 망치, 쇠막대기, 잔해를 들어 올릴 튼튼한 밧줄을 요청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온 익명 구조대원은 "사람들이 구조 활동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명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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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의 도시 디야르바키르에서 규모 7.8에 달하는 강진이 발생해 구급대원들과 시민들이 잔해 속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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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피투성이 얼굴로 방한을 위해 양털 스카프로 머리를 감싼 60대 남성 알리 바탈은 "내 가족 모두가 저 아래 있다. 내 아들, 딸, 사위…그들을 꺼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나는 목소리를 듣는다. 이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지만 구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호소했다.

북부 잔다이리스 마을 주민들 역시 터키 안타키아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맨손으로 곡괭이를 들고 잔해 속을 뒤적였다.

AFP에 따르면 지진 발생 이후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대거 수감돼 있는 한 교도소에서 죄수 폭동이 일어나 최소 20명이 탈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혼란에 파이살 메카드 시리아 외무장관은 이날 유럽 국가들에 원조를 요청했다. 다만 시리아 정부는 모든 구호품은 반드시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해 인도돼야한다는 방침을 견지해 국제사회는 고심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를 통해 지원 물품을 전달할 경우 반군 점령 지역 피해자에게 도달하지 않을 거란 우려 때문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러시아가 나서서 북서부 국경을 통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리아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독일은 당분간 정부 지원으로 활동하는 국내 비정부단체를 통해 간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추운 겨울 날씨, 무너진 도로, 트럭 및 장비 부족 등은 여전히 구조작업을 어렵게 한다.

옌스 라에르케 유엔인도지원조정국(OCHA) 부대변인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브리핑에서 "또다른 어려움은 도로를 이용해 피해 지역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현장 구호 인력을 파견할 트럭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터키·시리아 강진 사망자수는 터키 5434명, 시리아 1932명(정부통제 812명·반군 장악 1120명)으로 최소 7366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6일 새벽 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에서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이래 수색과 구조작업 계속되면서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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