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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난해서 일해야하는 노인들…60년 후 우리도 똑같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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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72.6세

10명 중 8명 스마트폰 사용…4명은 여전히 일해

NYT “생활비 못미치는 낮은 연금에 일터 못떠나”

노인빈곤율 OECD 최하위…60년후 전망도 암울

한국인 10명 중 2명이 노인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815만명, 2024년에 1000만명이 넘고, 2049년에 1901만명까지 증가한 뒤 감소할 전망이다. 고령인구 구성비는 2020년 15.7%에서 2025년 20%, 2035년 30%, 2050년 4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커졌다. 최근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등 논의도 불이 붙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당장 해결에 나서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는 노인빈곤율이다. 지난해 9월 ‘OECD의 한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면서 노인빈곤율은 OECD 최하위권이다. 최근에는 60년 후에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라는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도 나와 암울한 ‘노인 대국’의 미래를 확인시켰다.

세계일보

지난해 6월 21일 경기도 수원시 화성행궁 광장에서 열린 '제11회 수원시 노인 일자리 채용한마당'에서 어르신들이 채용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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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73세는 넘겨야 노인 취급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라고 한다. 서울시가 6일 내놓은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두 달간 서울에 사는 만 65세 이상 남녀 3010명을 대면 면접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로 법적 기준인 만 65세보다 7.6세 많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중 1955∼1957년생이 포함돼 ‘노인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평균 연령이 73.5세였던 이번 조사 대상자 가운데 10명 중 8명은 스마트폰 등 정보화기기 활용하고 있었다. 83.7%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77.4%가 문자나 카카오톡을 주고받으며, 67.4%는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고, 62.1%는 동영상을 본다고 답했다.

특히 노인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의 정보화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조사대상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자주 이용하는 방법으로 텔레비전(84.5%), 주위 사람(69.7%), 인터넷(26.3%)을 꼽았지만, 같은 질문에 대해 베이비붐 세대(1955년~1957년생)는 50.1%가 인터넷이라고 답했다. 지난 2018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서울노인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 텔레비전(89.1%), 주위 사람(73.2%), 신문(10.5%) 등으로 인터넷 활용 인구를 찾기 어려웠다.

일하는 노인 비율은 41.6%로 2018년보다 6.5%포인트 늘었다. 이 중 지금 하는 직종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응답은 30.1%로 2018년보다 4.9%포인트 증가했다. 일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상용직은 28.2%,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은 31.0%였다. 근로 활동 중인 노인이 현재 일자리에서 근무한 기간은 평균 15.3년이고 주당 평균 5일 근무했다. 월평균 근로소득은 194만4000원이었다.

세계일보

◆은퇴하지 못하는 한국 노인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은퇴 연령을 넘기고도 고된 노동을 계속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며 각국 연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퇴직자들에게 다달이 먹고 살 만큼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인구통계학자들은 이미 수년간 선진국들의 ‘인구구조적 시한폭탄’을 경고해 왔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정부와 기업, 누구보다도 고령층 자신이 고령화 사회의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일본과 한국에는 고령 노동자를 위한 임시 직업소개소나 노조가 있다”며 “일본 기업 절반이 정규직 인력 부족에 직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60세 이상을 대상으로만 구인에 나서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일본 정부는 고령 직원들을 위한 시설을 강화하는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전했다. 노인들에게는 저임금에 체력적 소모가 큰 계약직 자리가 돌아오는 상황이다.

대부분 저임금 계약직인 노인은 기업의 퇴직연금이 아니라 국가에서 주는 기초 연금밖에 받지 못하게 되는 것도 노인이 일터로 내몰리는 이유로 꼽혔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평균 연금은 월 500달러(약 63만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국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들은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으며 노인빈곤율 해결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계일보

◆60년 후 우리 10명 중 3명은 ‘빈곤 노인’

이대로면 한국 노인빈곤율은 60년이 지나도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복지급여 등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미래세대의 부담 완화’를 이유로 보험료율 인상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질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등의 노력으로 공적이전소득을 늘리지 않으면 미래 세대도 ‘최악의 노인 빈곤 국가’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일 국민연금연구원의 ‘NPRI(국민연금연구원) 빈곤전망 모형 연구’(안서연·최광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8.97%이던 노인빈곤율은 2025년 37.68%에서 조금씩 낮아져 2075년 26.34%까지 내려온 후 다시 상승해 2085년에는 29.80%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40%)과 기초연금 수급액(30만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기준(중위소득의 30%)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를 전제로 한 예상치다. 윤석열 정부의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한다면 2085년 노인빈곤율은 25.49%로 조금 떨어진다. 노인빈곤율은 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상대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2020년 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 13.5%(2019년 기준)보다 2.9배에 달한다. 2085년 예상되는 한국의 노인빈곤율 역시 OECD 국가 평균 예상치(15~16%대)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미래에도 노인빈곤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인으로 노인 소득 중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이 작다는 점을 꼽았다. 공적이전소득이 노인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한국이 25.51%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다. 노인빈곤율이 비교적 높은 일본이나 호주는 이런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은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됨에 따라 수급자가 증가(2080년 노인의 85% 노령연금 수급 예상)하면서 2080년에는 34.1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공적이전소득 중에서도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으로 인한 소득 비중이 특히 작은 편이었다. 공적연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4.49%이었고, 2080년 24.50%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은 2085년 24.1%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미래에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일 수밖에 없는 주요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래 노인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국민연금의 실질소득 대체율 증가와 전체적인 노후소득 보장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결국 미래의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소득원천은 노동소득과 공적연금 소득”이라며 “특히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미래 노동력 부족이 심각할 전망이어서 노동시장 정년연장, 국민연금 가입연령 상향을 통한 실질소득 대체율 증가 등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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