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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상 뒤집을 AI 전쟁…구글, 챗GPT와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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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발 빅테크 기업 대전



검색의 시대에서 인공지능(AI)과의 대화 시대로 넘어가는 걸까.

‘검색의 제왕’ 구글이 “앞으로는 정답 없는 문제에도 통찰력을 제공해 도움을 주는 AI 서비스를 하겠다”며 AI 왕좌 탈환에 나섰다. 구글이 대화형 AI 서비스 출시를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다. ‘챗GPT’로 돌풍을 일으킨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연합군과 구글의 AI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에 “현재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개발 중”이라며 “테스트를 거쳐 수주 내에 일반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인’이라는 뜻의 바드는 구글의 AI 언어모델인 ‘람다(LaMDA)’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2021년까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답하는 챗GPT와 달리, 바드는 구글 검색의 최근 정보까지 종합해 응답한다고 알려졌다. 피차이 CEO는 “바드가 웹을 통해 고품질의 최신 정보를 답해줄 것”이라며 “바드를 활용해 9세 어린이에게 우주의 새로운 발견을 설명하거나 현시점 최고의 축구 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구글은 글로벌 빅테크 중 AI 기술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파란을 일으킨 알파고를 개발한 곳도 구글 딥마인드다. 하지만 AI가 생성한 결과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 윤리적 논란 등을 우려해 서비스 출시에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구글이 바드 출시를 서두른 데는 챗GPT 영향이 크다. 오픈AI가 내놓은 챗GPT가 출시 두 달 만에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며 검색 시장을 위협하자 차단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는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위기 경고)를 선언하고 AI 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AI 챗봇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4억 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 피차이 CEO는 사내 e메일을 통해 오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AI 기반 검색엔진의 개발 현황을 공개하는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도발에 MS도 반격에 나선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MS 본사에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연다. 구글의 바드 출시 예고 직후 나온 깜짝 소식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MS의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빙의 글로벌 검색 시장 점유율은 8.95%로 1위 구글(84.08%)에 크게 뒤처진다(지난해 12월 기준).



구글 “정답 없는 문제에도 통찰력 주는 AI서비스 곧 제공”



MS는 빙에 챗GPT를 추가해 구글이 주도하는 검색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포부다.

앞서 사티아 나델라 CEO는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 총회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의 한 행사장에서 “모든 MS 제품에 AI 기능을 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픈AI의 ‘챗GPT’와 코드 생성 AI 모델 ‘코덱스’, 이미지 생성 AI 모델 ‘달리2’가 MS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에 탑재됐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MS와 구글이 불붙인 AI 전쟁에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랜 연구개발을 마치고 사업화 단계에 접어든 생성AI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우선 중국 최대 검색 플랫폼 바이두가 다음 달 AI챗봇 출시를 예고하고 바이두 검색 엔진에 통합할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LG그룹, SK텔레콤, KT 등 주요 IT 기업이 글로벌 AI 전쟁에 참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AI의 컴퓨팅 연산 능력은 이미 6개월마다 2배씩 향상될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0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AI 컴퓨팅은 이미 능가했다. 챗GPT는 그간 빅테크의 연구개발실에 머물러 있던 AI 컴퓨팅 역량을 대중에게 노출한 첫 서비스다.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AI’를 바탕으로 사용자 질문에 인간처럼 대답할 수 있는 생성AI 모델이다.

이 생성AI의 핵심 전쟁터는 정보 검색 시장이다. 웹의 시대에 검색이 ‘정보의 민주화’를 가져왔다면, 이젠 챗GPT 통해 정보 검색을 넘어 문서 작성·요약·번역 등 정보 재가공을 통한 통찰이 대중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무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생성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미 인간 업무를 대체할 수준까지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MS는 오픈AI와 손잡고 엑셀·파워포인트·워드 등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생성AI를 적용하기로 했다. 구글은 이날 발표한 바드를 비롯해 올해만 20개 이상의 AI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관련 역량을 독점하기 어려워진 직업군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빌 게이츠 MS 공동창업자는 최근 호주 파이낸셜리뷰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은 인터넷이나 개인용 컴퓨터(PC)의 첫 등장만큼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며 “문서를 살펴보고 요약하는 방식이 훌륭해 사무직 일자리 손실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까운 미래에는 개인과 기업, 조직의 AI 활용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AI·미래전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미래 세대는 AI로 학습하고 대화하고 여가를 즐기는 ‘AI네이티브’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지식을 얻기 위한 노력이 점차 줄어들 위험성이 있다고도 경고했다. 김태원 NIA 수석연구원은 “인간은 자신의 직접 경험이나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타인의 경험을 학습하며 지식을 축적하는데 AI 서비스는 지식 획득을 위한 인간의 학습 과정을 아예 없애며 지식의 정의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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