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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경비원 줄이고, 집단 민원전화… ‘난방비 폭탄’ 대응 나선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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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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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이 이어지니 한 푼이라도 아끼자면서 경비원을 줄이자고 하더군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경비원 김모 씨(67)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을 3명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경비 용역업체 재계약 당시 주민들이 인원 감축 여부를 놓고 투표한 끝에 과반이 경비원 감축에 찬성한 것이다.

김 씨는 “계약서에 ‘관리비가 부담될 경우 주민 과반의 동의로 경비원을 감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보니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며 “같은 시간대 2명이 근무하던 경비초소에 지금은 1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경비원을 줄인 주민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의 주민 이모 씨는 “지난해 12월 관리비가 전년 동월 대비 20만 원 올랐는데 올 1월에 20만 원 더 오른 걸 보고 이사를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경비원이 줄어 좀 불안하더라도 관리비 때문에 이사가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난방비를 견디지 못한 아파트나 빌라 주민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비원 감축을 통해 관리비를 줄이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집단 민원을 넣기도 한다.

● “이래선 못 산다” 난방비 폭탄 후 집단 움직임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지자체 등에 집단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서울 강서구 주민 이모 씨(37)는 “아파트 주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강서구와 서울시에 집단으로 민원 전화를 넣자’고 뜻을 모았다. 이대로는 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 같아 조속히 난방비 폭증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항의 민원을 넣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과 시청 공무원들은 난방비 불만으로 빗발치는 항의 전화를 받는 게 최근 일상이 됐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관리사무소로 찾아오는 주민들은 더 많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상세 가스사용 내역을 확인시켜주지 않으면 아파트 직원들을 구청에 신고한다며 찾아와 일일이 설명해주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빌라에선 주민들이 집단으로 태양열 난방 설치를 신청했다.

주민 조은하 씨(62·여)는 “옷을 2개씩 껴입으면서 난방을 최소화했음에도 지난 달 가스비가 20만 원 이상 나왔다”며 “주민들과 상의해 태양열 난방 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에서 설치비용 50%를 지원해 준다고 했고 주민들과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했다. 태양열 난방 장치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최근 난방비 급증 이후 설치 문의 전화가 20%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 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골머리

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방 20개짜리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윤주 씨(47·여)는 “월세로 한 방에 25만 원을 받아 월 500만 원을 버는데 올 겨울 가스요금이 50만 원 넘게 나왔다”며 “고시원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정작 난방비를 부담하는 고시원 주인은 지원을 받지 못해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최원영기자 o0@donga.com
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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