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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한국 노인체육 선구자' 원영신 교수…"K 체조 글로벌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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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정형근 배정호 기자] 원영신(66) 연세대 명예교수는 국내 노인체육 선구자다.

1990년대 초만 해도 노인과 체육을 연결짓는 담론은 미미했다. 원 교수는 달랐다. 남보다 서너 발 앞서 고령화시대를 예견하고 노년층이 다수를 이룰 사회에서 요긴하게 쓰일 '체육'을 고민했다.

고심은 창조를 낳았다. 원 교수는 노인도 쉽게 할 수 있는 체조 개발에 진력했다. 한국 춤사위를 활용한 민속체조가 그 열매다. 이 체조는 1991년 체육청소년부(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전에서 수위에 올랐고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의 극찬을 받았다.

원 교수는 민속체조를 발전시켜 2002년 양생체조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보완을 거듭해 현재의 'K-양생체조'를 완성했다. 퇴계 이황이 편집한 의학서 『활인심방』을 기반으로 창안한 K-양생체조는 현재 미국 캐나다 중국 등 8개국에 보급돼 있다.

활인심방은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이란 뜻으로 질병 없이 오래 산다는 양생(養生)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체조 이름도 이 의미에서 따왔다. 원 교수는 "몸은 마음을 담는 그룻이며 몸이 비뚤어지면 마음도 그리 된다는 가르침을 강조한 분이 이황 선생"이라며 "퇴계의 사유는 곧 한국체육 철학의 뿌리"라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원영신 연세대 교수와 일문일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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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노인체육 선구자로 꼽히는데 노인체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 1학년 때 노인 분들께 건강체조를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노화의 특성을 잘 몰라 실수를 조금 했다. 그게 참 부끄럽고 죄송해 노인운동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

훗날 스포츠사회학을 전공하고 대학 교수가 돼서도 관심은 여전했다. 아니, 더 커졌다. 궁극적으로 스포츠를 통해 사회가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다가올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체육프로그램이 절실하다 봤다. (노인체육에 관한) 지도자 양성도 꼭 필요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국내 최초로 '노인체육' 과목을 개설하고 현장에 필요한 정책 개발에 지금껏 전념해왔다.

-현시점 국내 노인체육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문제를 꼽는다면.

현재 한국은 '노인건강운동'과 '노인체육' 개념이 구분돼 있다. 전자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건강보험공단과 노인종합복지관 등이 주관하고 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자격제도를 밟은 노인스포츠지도자가 담당한다. 노인건강운동과 노인체육이라는 단어가 서로 선을 긋고 (대립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로 (양자의) 소통이 거의 없다. 많은 정책이 보여주기식 업적 위주로 이뤄진다. 진실로 노인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게 시급하다.

노인스포츠지도자 자격제도 역시 개선점이 적지 않다. 자격종목을 대한체육회 가맹종목 위주로 선정했는데 노인의 신체 특성과 운동 가능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종목이 상당수다. 럭비나 레슬링, 철인 3종 경기, 아이스하키 등이 대표적이다. (현실적으로) 고령층은 수행이 불가능한 격렬한 종목들이다. 여기에 신체 움직임을 수반하지 않은 언어 위주의 레크리에이션 같은 종목 등도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본다.

-퇴계 이황의 의학서인 『활인심방』을 기반으로 'K-양생체조'를 창안했다. 우선 활인심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준다면.

익히 알다시피 퇴계 이황 선생은 16세기 조선의 대사상가이자 정치가, 교육자이다. 미국 하버드대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프랑스 대학에서도 퇴계 사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혹자는 퇴계를 가리켜 '21세기의 정신적 지주'라 일컫기도 한다.
『활인심방(活人心方)』은 몸과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이란 뜻으로 질병 없이 오래 산다는 양생(養生)의 의미가 담긴 의학서다. 퇴계는 질병의 예방 치료는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다 생각하셨다. 특히 노화 예방법으로 '양생도인법'을 주변에 널리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K-양생체조는 활인심방에 적힌 심신의 생기를 기르는 예방 의학으로서 '양생지법', 호흡을 통해 침을 생성하고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태식론', 마음을 다스리는 '치심', 움직임을 통한 신체단련과 경락 자극을 겸하는 '도인법', 발성을 응용해 병을 물리친다는 '거병연수육자결 호흡법'과 사계절에 맞는 발성법으로 장기를 다스리는 '사계양생가' 등을 건강운동 측면으로 활용해 만든 체조다.

-K-양생체조의 해외 반응이 궁금하다.

K-양생체조는 1991년 문화부가 주최한 '우리나라 우수문화 찾기' 프로젝트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첫걸음을 뗐다. 당시 문화부 장관이셨던 고 이어령 선생께서 한국문화가 담긴 체조를 만들어 보라 하셨는데 체조 시연을 직접 보시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셨다. 그러고는 해외에 나가 K-양생체조를 널리 알리라 당부하셨다.

이후 별생각 없이 해외학회에서 발표하는데 (호응이) 예상보다 뜨거웠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코리아(Korea)의 건강 체조'라고 소개한 기억이 난다.

한국 시조에 맞춘 동작을 해부학 측면에서 설명하는데 외국인 한두 분이 따라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세미나장에 있는 모두가 일어나 K-양생체조를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발표를 마친 뒤에도 많은 이가 몰려들어 질문했다. '한국에 가면 K-양생체조를 배울 수 있느냐' 묻는 등 관심이 아주 뜨거웠다. 당시 세계화 바람이 한창이었다. 세계화는 곧 미국화라고 생각한 나였는데 (그 때 해외학회장에서) 아니란 걸 깨달았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려면 '우리 것'이 있어야 한다 확신하게 됐다.

이후 우리나라 전통 건강운동을 (현대건강체조가 지향하는) 과학의 검증을 거쳐 국제 학술대회나 해외강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급해왔다. 최근에는 연세대 전공-교양수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유럽(노르웨이, 스위스)과 오세아니아(호주, 뉴질랜드) 아시아(중국, 인도네시아) 북미(미국, 캐나다) 지역에 K-양생체조 세계 지부를 만들었다. 4개 대륙을 돌며 강습회를 하는데 현장 반응이 기대 이상이다.

예컨대 인도네시아의 한 국립대학에선 K-양생체조라고 하니 요즘 각광받는 K-문화 영향을 받아서인지 조기 마감됐다. 못 들어온 학생들이 문밖에서 (들여보내 달라) 아우성이었고(웃음). 한국 민요에 맞춘 K-양생체조를 할 때 그 화기애애하고 까르르 웃으며 따라하는 모습은 내게 깊은 감동을 줬다. 감동을 넘어 충격이란 느낌을 받게 할 만큼 강렬했다.

-체조 외에도 노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 특별한 의자를 개발했다 들었는데.

인간의 몸을 늘 해부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사람의 움직임을) 경추와 흉추, 요추 등 척추의 움직임으로 이해하는 식이다. 그렇게 움직임의 원리를 공부하면서 이를 건강운동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현대인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의자에 앉아 생활한다. 그래서 (의자에서도) 누구나 쉽게 전신·부분 운동이 가능한 '스마트 복합운동기구' 차원의 의자를 만들고 싶었다. 아울러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노인도 혼자 쉽게 따라하며 체력 요인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었다.

-'스마트 복합운동기구 의자'의 건강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들었는데.

양적 질적 연구를 병행해 운동 효과를 파고들었다. 우선 연구에 참여한 노인 분들의 피드백을 총망라했다. 의자에 앉은 채 화면을 보고 (강사 지도를) 따라하는 것이라 순서를 외우지 않아도 돼 부담이 적다는 의견이 많았다. 처음 해보거나 재밌는 동작도 많아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특히 밴드를 당기며 진행하는 상하체 근육 운동, 안전한 자세로 이뤄지는 스쿼트 운동이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는 반응이 적잖았다.

이밖에도 엉덩이 무게중심을 좌우로 이동해 요추 자극하기, 봉을 당겨 괄약근 조이기, 발바닥 마주치기, 척추의 일자-트위스트-웨이브 운동 등 다양한 동작을 쉽게 할 수 있어 운동효과를 실감하게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질적 연구뿐 아니라 양적 연구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노인 여성의 체력 향상이 수치적으로도 증명됐다. 구체적으로 근력과 유연성, 평형성이 큰 폭으로 향상됐다. 향후 스포츠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접목, 타산업과 융합이 이뤄진다면 고령화 사회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게 해당 연구의 결론이었다.

-의자 외에 다른 제품도 개발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재미로 특허를 낸 것이 10개가량 있다. 다리를 양옆으로 벌리는 '쭉쭉이', 고관절을 중심축으로 돌리는 '돌돌이', 어깨관절을 중심축으로 돌리는 '뱅뱅이'가 대표적이다. 특허를 기업에 판매했다가 (기업 사정이 열악해져) 끝까지 완성을 못한 게 꽤 된다. 현재 해외특허가 진행 중인 소도구도 많다.

-그간 경력을 보니 체육 이슈 전반을 폭넓게 다뤘다. 노인체육뿐 아니라 생활·엘리트·유소년체육도 연구한 것으로 아는데 체육계 인사로서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최종 목표라고 히기엔 조금 거창하지만 체육과 관련된 '문화'에 관심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유산 가운데 건강운동 콘텐츠로서 상품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K-양생체조를 세계에 널리 보급하고 싶다. (보급과 확장의) 기반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는 게 목표다.

중국의 기공과 인도의 요가, 미국의 에어로빅 등은 국가와 기업이 손잡고 프로그램·강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글로벌 시장을 구축했다. K-양생체조 역시 그럴 수 있다. 잠재성이 풍부하다. 한국의 체육문화상품으로서 글로벌화가 진척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후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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