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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김광호 닮은꼴' 전 해경청장…2심도 '세월호 구조 실패'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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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해경 지휘부 2심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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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구조책임이 있는 해경관계자 중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처벌받은 건 2015년 징역 3년이 확정된 김원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당시 현장 출동)이 유일하다. 이날 재판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를 전개하는 중에 나와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원범)는 7일 김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 10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서해해경청 상황실에서 진도 해양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전달받아 확실히 안 건 ‘세월호가 50도 기울어졌다’는 것과 ‘승객 비상 탈출 여부를 문의한다’는 것 등 제한적인 정보였다”며 “이를 근거로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 침몰이 임박했는데도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 중이란 사실을,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보통 사람의 주의 정도에서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낸 민사소송(국가와 청해진해운의 868억원 배상 확정) 판결에서도 해경 지휘부의 업무상 과실 주장은 배척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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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검찰은 김 전 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도 징역형이 확정된 김 전 123정장과 같은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사람의 과실이 합쳐져 피해가 발생했다면 모두를 공범으로 인정하는 이른바 ‘과실범의 공동정범’ 논리다.

대법원은 1997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관련해 동아건설 관계자와 서울시 공무원 등 16명을 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도 붕괴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건축 계획부터 인허가, 그리고 완공 후 유지·관리에서 발생한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각 피의자의 과실의 경중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처벌하기보다 각자의 책임을 따로 물어야 한다는 판결 취지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청장 등 윗선에 사법적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과거 브리핑에서 “수사 초기부터 일차적 안전관리 책임이 있는 피의자에 과실범 공동정범 법리를 구성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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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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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재난·참사에 있어서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원래 인정되기 어렵다”며 “세월호는 사고 당일 이전부터 위험이 감지됐던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비교해 예견 가능성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의 경우 그 중간쯤으로 보이는데, 매년 핼러윈 즈음에 대책회의나 보고를 하는 등 의무가 있었다면 서울경찰청장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관계자는 “세월호는 청해진해운의 과적 등 타인의 불법행위가 선행됐고, 그 이후에 해경의 구조활동이 더뎌 기소된 것”이라며 “사고의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 이태원 참사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는 처음부터 사고를 발생시켜선 안 될 책임이 경찰과 구청에 있었다. 3년 만의 거리두기 해제여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었지만 첫 112 신고가 오후 6시34분에 들어왔는데 아무 조치가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세월호 사건과 달리 이태원 참사에선 경찰 윗선의 예견가능성이 더 컸다고 볼 수 있어 과실 인정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날 선고 공판엔 세월호 유가족 10여 명이 참석해 방청했다. 유가족 단체인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개탄스러운 결과”라며 반발했다. 협의회는 “현장에 출동해 정보를 바로 파악하고 이에 기초해 구조를 지휘하는 것이 지휘부의 역할”이라며 “당시 해경 지휘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들에게 책임을 면제해주는 판단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공판을 끝으로 12월에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이태원 참사 이후 선고 일정을 미뤘다. 김 전 청장은 선고가 끝난 뒤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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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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