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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야밤 실시간 환전' 길열린 서학개미 "덕분에 애플 1주 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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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외환시장을 대폭 개방하는 방안이 발표된 7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외환 딜러들이 분주하게 거래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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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내년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걸어 잠갔던 빗장을 완전히 푼다.

국내에 지점이 없는 외국 금융사도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고, 개장시간도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시간인 새벽 2시(한국시간)로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는 폐쇄적인 외환시장 구조가 오히려 소수 참여자에 의한 시장 왜곡 가능성을 키우고, 국내 금융사의 역량 강화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7일 "우리 외환시장은 과거 외환위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수십 년 동안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구조를 유지해왔다"며 "이제 (외환시장 구조를) 바꿀 때가 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현재 24시간 역외에서 거래되는 달러·유로·엔 등 주요 통화와 달리 원화는 국내를 벗어난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 해외에 있는 외국 은행·증권사가 국내 은행 간 외환 거래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거래시간도 아침 9시부터 당일 오후 3시 30분까지로 제한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와 서학개미 등 국내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이어졌다. 국내 금융사 역시 외환과 관련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 같은 불편이 이어져온 이유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정책의 최우선 고려 사항이 시장 안정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외 개방보다는 내적 안정을 추구해온 그간의 구조가 시장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고 보고 외환시장 개방을 추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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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외환시장의 이 같은 폐쇄성 때문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했다고 봤다. 이로 인해 NDF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외환시장을 출렁이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현물환시장 거래 규모는 351억달러(전체의 1.7%)로 16위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일평균 NDF시장 원화 거래 규모는 498억달러(19.5%)로 1위에 올랐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에는 해외 소재 금융사의 국내 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과 함께 외환시장의 개장시간을 새벽 2시까지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시간 새벽 2시는 외환 거래가 가장 활발한 영국 런던 금융시장이 마감하는 시각이다. 개장시간은 향후 24시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개장시간이 늘어나면 시차 구분 없이 시장환율로 즉시 원화를 달러 등 다른 통화로 환전이 가능해져 서학개미들의 해외 증시 투자에 대한 불편함이 해소될 전망이다. 지금은 한국시간 기준 밤부터 새벽시간대에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1차 환전을 하고, 다음날 한국 외환시장 개장 후 시초환율로 차액을 정산받아야 한다. 이에 가환율을 적용한 환전 과정에서 원화가치 대비 적은 외화가 입금되자 매수계획보다 적은 주식을 살 수밖에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심야시간 원화 환전이 불가능했던 외국인 투자자도 동일하게 향후 시간 제약 없이 외화를 원화로 환전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경제지표 발표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즉각 환전으로 대응이 불가능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편의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관련 제도도 선진국 수준에 맞춰 구축하기로 했다. 외국환거래법 등을 개정해 외국환 전자중개 플랫폼인 '어그리게이터(Aggregator)'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어그리게이터는 전자단말기를 통해 이뤄지는 원스톱 전자거래 서비스다. 이를 통해 고객은 달러를 팔 때 여러 은행이 제시한 환율을 동시에 비교하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환율을 제시한 은행을 선택해 거래까지 체결할 수 있다. 현재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이 자회사를 세워 어그리게이터 사업을 하는 중이다.

정부는 이번 개방으로 인해 시장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표시 자산의 매력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이 NDF 거래를 흡수하면서 환율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하지만 이성희 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환시장 제도 개선 방안 관련 세미나에서 "NDF는 차액결제만 하면 된다는 점, 달러 계좌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 편리하다"며 "(NDF 거래가) 과연 본격적 현물화 수요로 흡수될지 두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조 기자 / 차창희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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