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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전쟁 준비" 김정은 뒤로…첫 등장한 '미싸일 총국' 깃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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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준비태세 완비'와 '전투훈련 확대'를 지시했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7일 김 위원장이 전날(6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2023년도 주요 군사·정치 과업과 군 건설 방향에 대한 문제들이 심도 있게 토의됐다"며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지시사항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새해 첫날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36일 만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전쟁준비 지시가 북한군 창건일 75주년(2월 8일)을 계기로 강행할 가능성이 큰 열병식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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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4차 확대회의를 김정은 총비서가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전날인 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회의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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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체로 열병식 직전에 열린 이번 회의에 대해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중점적으로 논의했을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연말 전원회의에서 '행동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대미·대적 대응 방향을 천명했다'고 밝힌 만큼 올봄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핵·미사일은 물론 무인기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군사적 위협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지난 전원회의서 '핵'이나 '대적투쟁' 등을 명시하며 "2023년을 전쟁동원준비와 실전능력 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엔 김 위원장이 지시했다는 전쟁준비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소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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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4차확대회의장 석상에 앉은 김정은 위원장 뒤쪽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싸일(미사일)총국'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이 식별된다. 지금까지 미사일총국은 북한 매체 보도에서 언급된 적이 없으며 깃발로 등장하기도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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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열병식을 앞두고 구체적 도발 내용을 감춘 듯한 태도를 취한 배경에 대해선, 열병식에서 나올 김정은의 보다 직접적이고 강한 메시지를 의식해 '톤'을 조절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외적 강대강 정면대결과 관련한 직접적 메시지는 김정은의 건군절 75주년 기념 연설을 주목해야 한다"며 "만약 연설을 한다면 연말 전원회의에서 밝힌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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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을 기념해 진행한 열병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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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에서 나올 김정은의 메시지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이날 기사와 함께 공개된 회의 사진에서 발견됐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기사와 함께 김정은 뒤쪽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싸일(미사일) 총국'이라는 글자와 마크가 새겨진 깃발이 배치된 사진을 공개했다. 마크에는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지구 위로 날아가는 모습과 원자 등의 모습이 형상화돼 있다.

미사일총국은 그간 핵·미사일 도발을 주도해온 기구로 추정되는데, 이번처럼 간접적인 방식을 포함해 북한 매체를 통해 미사일총국의 실체가 노출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사진에 노출된 미사일총국의 깃발은 전체 북한군을 지휘하는 노동당 깃발 바로 옆에 배치돼 있다. 북한 군내에서의 위상이 상당히 높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존재를 드러낸 미사일총국이 주도한 진전된 도발 수단을 깜짝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사일총국을) 인지하고 추적하고 있었다"며 "관련 동향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총국의 깃발을 노출한 것은 미사일 관련 조직을 정규편제로 운영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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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랩스가 지난 5일 김일성 광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각가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75'와 '2.8'을 셩상화한 군중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의소리(VOA) 유튜브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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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은 '열병식 도발'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전쟁준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식량난 속에서 연이은 도발과 주민 동원 등에 따른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식량난에 봉착한 것으로 파악되는 북한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경제 발전을 위한 '12개 중요고지'를 정하고 이 중에서 1번을 '알곡'으로 내세웠고, 올해 들어서도 최고인민회의, 당 정치국회의 등 각종 회의체를 통해 '먹는 문제' 해결을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달 하순엔 극히 이례적으로 농업문제만을 별도로 논의하기 위한 전원회의까지 소집된 상태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주타격 방향으로 정한 농업문제 해결 과정에서 군의 역할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지난해 군수공업부문 동원해 농기계 보급했던 만큼, 이번에도 군이 가진 병력·기술을 농업에 활용하는 방안 등이 함께 논의됐을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평양에선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열병식 준비 정황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날 '플래닛 랩스'가 지난 5일 김일성광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건군절 75주년(2월 8일)을 상징하는 숫자 '75'와 '2·8' 등을 형상화한 장면을 공개하며 "주민들을 동원한 카드섹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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