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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SM에 앞서 조직 바꾼 JYP, 5년 만에 영업익 5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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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에스엠)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PD)의 개인회사와 계약을 끝낸 데 이어 최근 여러 개의 제작센터와 레이블이 독자적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발표했다. 이는 앞서 JYP엔터테인먼트(JYP Ent.)가 2018년 발표한 ‘JYP 2.0′ 조직개편안과 유사하다. JYP는 멀티 프로듀싱 이후 5년 만에 매출액이 200% 이상, 영업이익은 400%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3배 이상 증가했다.

◇ SM 3.0, 이수만과 결별… 멀티 프로듀싱 체계로

SM은 지난 3일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SM 3.0′을 선포하며 새 지식재산권(IP) 전략을 발표했다. 이수만 총괄PD 중심의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나 독립된 제작센터와 레이블이 아티스트 육성과 음반활동을 맡겠다는 구상이다. 5개의 제작센터가 아티스트를 분배해 전담하는데, 각각의 제작센터에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사내 레이블도 신설해 음악적·사업적 독창성이 확립된 아티스트를 독립시킬 예정이다.

또 SM은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퍼블리싱(음악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100% 자회사를 설립한다. 음악 창작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재화하고 글로벌 작곡·작사가, 퍼블리싱 기업과 계약을 맺어 신규 수익원으로도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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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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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1995년 창립 이래 줄곧 이수만 PD 단일 프로듀싱 체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 PD는 곧 SM의 정체성처럼 여겨져왔다. 때문에 이 PD가 프로듀싱에 손을 떼는 데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SM은 “기존 노하우는 유지하되 제작 역량을 확장하고 권한은 각 리더에게 위임함으로써 IP 제작의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 5년 전 JYP 2.0과 닮은꼴… “멀티 레이블로 성장 가속화”

멀티 프로듀싱의 결과는 JYP 사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박진영 JYP 대표 PD는 2018년 7월 한 특별강연에서 JYP 2.0 비전을 발표했다. 회사 구조 개편안이었다. JYP 역시 SM처럼 박 PD의 존재감이 강한 회사인데, 이를 지우고 각각의 레이블이 아티스트를 담당하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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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가 지난 2018년 7월 JYP 2.0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JY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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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마케팅, 홍보, A&R(Artists and Repertorie) 등 부서가 각각 있고, 각 부서가 모든 아티스트의 업무를 담당했다면, 지금은 아티스트별로 레이블을 만들고 그 안에 각 업무 담당자를 두는 것이다. JYP가 지난해 발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JYP는 현재 5개의 아티스트 레이블을 운영 중이다. 아티스트의 음악과 콘텐츠는 레이블 내에서 독자적으로 기획해 제작한다.

박 PD는 발표를 통해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이렇게(기존 방식대로) 해서는 콘텐츠 제작 속도가 안 나더라. (그룹 트와이스를 대상으로) 단 하나의 아티스트만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콘텐츠 제작이) 빠르고 효율적이었다”며 “지난 한 해(2017년) 동안 저희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JYP는 자체 퍼블리싱 회사도 설립했다. JYP퍼블리싱은 박 PD가 2008년 설립한 개인회사였으나 JYP가 이 기업의 지분을 전부 취득하면서 퍼블리싱을 전문으로 하는 100% 자회사가 됐다. 매년 오디션을 열어 작곡가를 뽑고 있다. JYP는 2020년 JYP퍼블리싱 미국 법인을 신설해 해외 인재도 영입하고 있다.

박 PD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더걸스와 비가 부른 히트곡을 제가 작곡 작사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문득 이제 곡을 그만 쓰고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 JYP퍼블리싱을 설립했다”며 “(2018년 기준) 30여명의 뮤지션과 계약하고 그들을 훈련시켰다. 이제는 그 사람들이 곡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없어도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게끔 만들고 싶었다. 이제 JYP는 저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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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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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시총 3배 JYP… SM도 성장 원년 될까

이수만, 박진영이라는 총괄 PD 체계에서 벗어나, 여러 개의 독립된 레이블이 각자의 아티스트를 담당하고, 음반 제작과 발매는 100% 자회사인 퍼블리싱 회사가 담당한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개편안은 매우 유사하다.

JYP는 멀티 프로듀싱 도입을 발표한 2018년을 기점으로 성장이 가속화됐다. 수년간 4000~5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2018년 1만3000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3만7000원까지 올라 현재는 7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시총도 2016년 7000억원대에서 반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고 현재 2조5000억원 선이다. 매출액은 5년 만에 232% 올랐고 영업이익은 4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가는 SM이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도입하면서 아티스트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음반 발매 수가 늘어날 것을 감안해 올해 실적 추정치를 상향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SM은 올해 신규 아티스트 3팀과 솔로 버추얼 아티스트가 데뷔할 예정이고, 음반 41개, 연간 1800만장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17%가량 상향한 1358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추정치(860억원)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올해 매출액은 9620억원으로 전년 추정치(8010억원)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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