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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김성태 금고지기 금주 귀국…대북송금 수사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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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국외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검거된 쌍방울그룹의 ‘금고지기’ 김모 전 재경총괄본부장이 이번 주 국내로 압송된다. 도피 9개월 만이다. 김 전 회장의 압송으로 대북송금 의혹의 실마리를 찾은 검찰의 수사에는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중앙일보

지난달 10일 태국 현지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된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검찰은 두 사람을 국내로 압송해 배임ㆍ횡령 등 혐의로 3일 기소하는 한편 '불법 대북송금' 의혹 등에 대해서 계속 수사하고 있다. 금고지기 김모씨는 대북송금의 구체적 설계ㆍ실행을 맡은 인물로 알려졌다.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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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대북송금 ‘실행자’ 9일 한국행



7일 쌍방울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태국에서 송환거부소송을 제기했던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쯤(현지 시각)부터 시작된 재판에서 항소 포기 의사를 밝혔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씨는 곧 이민국 구금센터로 이송됐다가 이르면 9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김씨는 김 전 회장 친동생의 전남편으로 그룹 내에서 ‘경리부장’ ‘재무이사’ 등의 직함으로 불렸다.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및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지난달 17일 김 전 회장을 압송한 것처럼 김씨가 한국 국적기에 오르면 미리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집행해 신병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밖에 국외 도피 중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박모씨도 이날 캄보디아에서 귀국해 조사를 받고 있다. 박씨는 검거 당시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6대와 신용카드, 5000만원 상당의 현금 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휴대전화들에 대한 포렌식에서도 다수 증거가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전환사채(CB) 발행 전반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는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의 세부 내용과 대북송금에 쓰인 자금 형성 경로를 밝힐 ‘키맨’으로 꼽혀 왔다. 김 전 회장도 지난달 17일 귀국 당시 “자금 형성 설계와 운영은 재경총괄본부장이 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며 김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했었다. 쌍방울그룹 사정에 밝은 인사는 “김씨가 CB나 대북 쪼개기 송금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명동 사채시장 등을 통해 ‘상품권 깡’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세탁을 해 대북송금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김씨로부터 자금 조성 경위와 관련된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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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오른쪽)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열리는 2018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이 대회 자금을 실질적으로 지원한 쌍방울은 이후 2019년 말까지 사실상 경기도와 대북사업을 함께 추진하며 '800만+α'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의혹을 받는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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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송금 가장 많이 알아”…이재명엔 악재



김씨의 귀국은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겐 악재로 평가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다른 혐의가 잔뜩 걸린 김 전 회장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진술은 자금 형성 과정을 입증하지 못하면 법정에서 진술 신빙성이 문제될 수 있었겠지만, 자금흐름이 A~Z까지 밝혀지면 쉽게 사실이 인정될 것”이라며 “이 대표나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입증의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3일 구속 기소돼 법정에서 총 635억원의 배임·횡령 혐의를 두고 다퉈야 하는 김 전 회장 입장에선 김씨의 진술로 혐의가 배가될 위험이 있다. 김씨의 지인은 “김씨와 김 전 회장은 2년 전쯤 사이가 틀어졌는데, 국외 도피를 준비할 때도 ‘내가 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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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말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같은 해 7월 말 태국으로 옮겨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달 10일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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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 압박에 무산됐던 귀국…檢 사법공조 노력



김 전 회장보다 먼저 체포된 지난달 10일 김 전 회장이 태국 빠툼타니 소재 골프장에서 체포되기 전까지만 해도 불법체류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을 맡은 파타야지방법원에 자진 귀국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김 전 회장 검거 사흘 만인 지난달 13일 재판에서 돌연 불법체류 혐의를 부인하며 귀국 의사를 철회했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태국 현지에서 일명 ‘대호’로 불리는 조폭이 김씨를 압박해 귀국 의사를 번복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기까지는 검찰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8월 28일 태국을 방문해 태국 검찰총장에게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체포를 요청하고,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해 12월 21일 대검에서 주한 태국대사를 접견하며 협조를 구했다. 대검이 직접 나서 김씨 가족들을 설득해 왔다고 한다. 김씨의 한 지인은 “장기 도피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가족들의 설득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안다”며 “김 전 회장이 구속돼 이미 혐의 상당부분을 자백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배ㆍ최모란ㆍ허정원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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