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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굶어죽는 인민 속출"… '北 식량난' 임계점 도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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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두 달 만에 전원회의 재소집…"이례적"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대규모 아사자도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한이 불과 두 달 만에 당 전원회의를 다시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각지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과 노동당의 이례적인 행보가 맞물리면서 북한의 식량난 문제가 '급박한 수준'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7일 안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정치국 회의가 지난 5일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선 이달 하순 당 중앙위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소집에 대한 결정서를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 통상적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당 전원회의를 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연말 이후 두 달 만에 전원회의를 다시 여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결정서에는 '새시대 농촌혁명강령실현을 위한 지난해 투쟁정형을 총화하고 당면한 농사문제와 농업발전의 전망목표들을 토의하기 위해'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소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농업의 올바른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당면한 농사에 필요한 해당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절박한 초미의 과제'라는 게 회의 소집의 배경이다.

北, '고난의 행군' 이래 최악대규모 아사자 소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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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북한 개성 농민들이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정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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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스스로 '절박하다'고 인정했듯이 두 달 만에 농업 분야라는 단일의제만으로 전원회의를 재소집한 건 그만큼 북한의 식량난 문제가 한계치에 이르렀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18만t 줄어든 451만t으로 집계됐다. 이런 사정에도 북한은 지난해 유례없이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예산을 허비했던 만큼 올해에도 수급 불안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 수준의 곡물을 외부에서 도입해도 수요 대비 80만t 이상 부족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해 7월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한 바 있다.

특히 정보 당국은 함경도를 비롯한 각지에서 다수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도는 북한에서도 가장 낙후된 변방 지역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봉쇄가 강화되면서 외곽으로부터 식량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부촌'으로 꼽히는 개성에서도 하루 수십명씩 굶어 죽는 인민들이 나온다거나, 여기에 혹한 피해까지 겹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이들까지 속출한다는 전언까지 나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개성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를 받고 지난달 중순 고위 간부를 현지로 파견했으며, 혼란이 심화되는 데 따라 지난달 말 다시 한 번 측근들을 현지에 급파했다고 한다. 정보 관계자는 "이미 중간 간부층에서도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못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지난달 북한의 식량 가격 및 재고량 등에 대한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식량 부족 사태가 1990년대 대기근 이래 최악이라고 진단했다. 쌀과 그 대체재인 옥수수의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에서 식량 공급망이 와해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던 1990년대 북한에선 최대 100만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급박한 상황 도달했다는 방증"…통일부 "동향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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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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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두 달 만에 농업 분야 하나만 갖고 전원회의를 또 연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으로, 그만큼 무언가 급박한 사정이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두 달 만에 전원회의를 열 정도라면 (식량난 문제 해결을 위해) 혁명적인 조치까지 필요한 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당 지도부가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더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연초부터 인민의 먹고 사는 문제, 특히 농업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를 개최한 뒤 2개월 만에 다시 전원회의를 여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농업 관련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상정한 만큼 식량 사정과 내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언급했던 '임계점'이나 '주민들의 동요 가능성'과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는 "(장관의 발언은) 대담 과정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이런 경우에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북한의 식량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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