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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적과의 동침까지... 미래 먹거리 손 잡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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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반도체·신재생에너지 등 안정적 수요공급 위해 합종연횡
"미 IRA 수혜 위한 배터리 협업 등 수요·증가 대비 위한 협력 잰걸음"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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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에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거리를 찾는 동시에 과거 그룹으로 묶여 협력하지 않던 경쟁 회사들끼리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 등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모습이다.

6일 해당 기업에 따르면 최근 기업 간 사업 협력을 알리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에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 40조 원어치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고,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포함한 배터리 관련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SK온과 현대차는 북미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각각 함께하기로 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손을 꼭 잡는 모습도 눈에 띈다. 고려아연과 LG화학, 한화가 각각 맺은 파트너십 계약이 대표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인 한화와 이차전지 소재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LG화학이 자신들 사업의 원료 개발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고려아연과 자사주까지 맞교환하며 미래 성장을 약속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업종이 다른 업체끼리 간혹 뭉쳤던 것과 다르게 동종 업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채로운 협력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며 "배터리, 반도체, 신재생에너지, 도심항공교통(UAM) 등 주목받는 새 먹거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산업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하려는 잰걸음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그룹과 SK온의 배터리 공급 협력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다.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은 "SK온과 협력으로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협업으로 안정적 수요처 발굴, 밸류체인 구축 가능 등 역량 강화 유도"


한국일보

동맹 맺은 국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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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협업은 당장 수익을 거두지 못한 산업에서도 안정적 수요처 발굴,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 등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미국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공동투자를 벌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 역시 ESS 시장 선점과 동시에, UAM 등 미래 사업에서도 적용 범위를 넓혀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에서다. 삼성물산(상사부문)과 두산에너빌리티, LG화학, 남해화학 등이 해외에서 만든 청정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들여와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연료로 쓰는 수소산업 가치사슬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동안 접점이 없던 회사들까지 부진 탈출을 위해 협력 체계를 만들고 있다. 주로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납품해 온 포스코케미칼이 2032년까지 삼성SDI에 40조 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한 것도, 삼성전자·LG그룹에 속해 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LX세미콘이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개발하게 된 것도 해당 산업 수요 폭증으로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진 탓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와 팬데믹 리스크 감소에 따른 수요 확대, 원자재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해도 공급망 여건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나빠진다고 보고 있다"며 "불안정한 공급망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협업이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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