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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아빠 찬스' 람보르기니 잡겠다는 연두색 번호판…렌터카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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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슈퍼카 75.3% 법인차…새 번호판, 렌터카 차량은 제외

스포츠카 줄어도 대형 세단 늘어날 수도…"절반만 몰려도 좋은 소식"

뉴스1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SJ쿤스트할레에서 람보르기니 우라칸 테크니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2.7.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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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이르면 올 여름부터 법인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될 전망이다. 슈퍼카 4대 중 3대는 법인차로 이용될 만큼 문제가 많아 정부는 이를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렌터카 업체로 풍선 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수입차 업계에서는 바뀌는 법인차 번호판에 대해 이렇다 할 평가를 아끼고 있다. 판매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인 판매 감소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법인 승용차의 전용 번호판 도입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고가의 차량을 법인 명의로 등록한 후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다른 색의 번호판으로 막는다는 방안이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적용하게 된다.

법인차는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세금 감면 혜택까지도 받을 수 있다. 업무용차량 경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인정 받을 수 있고, 운행 기록부를 작성하면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 처리를 할 수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국내 고가 법인차 운행차량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서 운행 중인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3대 슈퍼카 브랜드 법인차 4192대 중 3159대(75.3%)가 법인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 등을 적용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처벌은 마땅치 않았다. 정부는 연두색처럼 눈에 띠는 번호판을 적용해 사적 유용을 자연스럽게 방지한다는 것이다. 연두색 번호판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슈퍼카를 법인차로 등록해 배우자에 자녀까지 이용하는 꼼수는 횡령·탈세 등 법 위반은 물론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며 "이제 '법인차 전용번호판'이 도입되면 이런 꼼수를 쓰기 어렵게 된다. 아빠찬스는 이제 그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적용은 민간 법인이 렌트한 차량에서는 제외될 전망이어서 구멍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렌터카는 '하' '허' '호' 등의 문자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최근에는 장기 렌터카를 자가용으로 몰고 다니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오히려 민간 법인들이 이용하는 장기 렌터카는 이른바 '임원차'로 불리는 제네시스 G90 같은 대형 세단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렌터카 번호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구매나 리스를 사용했다면, 이제는 그런 인식은 좀 달라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최고급 오너드리븐(운전자가 직접 모는 차량) 차량의 판매는 줄어들 수 있어도, 고급 대형 세단과 같은 쇼퍼드리븐(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량) 목적의 모델은 판매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슈퍼카는 본인이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차라서 마냥 '렌터카 업체의 수혜'라고만 볼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좋은 쪽으로 가는 것은 맞아서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가의 차량의 상당 부분이 법인차 비율이 높다. 4억 이상이 되는 차종에서는 80~90% 수준 가까이 된다"며 "절반 정도만 렌터카로 몰려도, 렌터카 업체에서는 상당히 좋은 소식일 것"이라고 봤다.

이어 "법인차 전용 번호판으로 심야 시간이나 주말, 유흥업소·마트 같은 곳에서 사용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도 "오히려 법인 차량을 맘대로 끌고 다닐 수 있다는 새로운 신분의 상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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