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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성필의 언중유향]콘텐츠 없는 아시아 축구 외교, 반성과 책임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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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한국 축구 행정에 책임지는 자세가 실종됐다. 외교 참사를 확인했어도 "죄송합니다"라는 반응조차 듣기 힘든 현실이다.

지난 1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렸던 2023 아시아 축구연맹(AFC) 총회에서 한국 축구는 깡통을 찼다. 정몽규(61)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2027년까지 4년 임기의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이론상으로는 쉬운 선거였다. 7명의 입후보자 중 5명 안에만 들었으면 됐지만, 결과는 6등이었다. 46개 회원국의 투표에서 45표 중 19표를 받았다. 두자오카이(중국, 18표)에 1표 앞선 낙선이었다.

입후보자 면면을 보면 쉬운 선거전은 아니었다. 셰이크 아마드 칼리파 알 타니(카타르)가 40표로 1위였다. '오일 머니'를 앞세워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중국이 포기한 2023 아시안컵 개최권까지 힘있게 가져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되는 결과다.

일본 축구협회 수장인 다시마 고조는 39표를 받았다. 정 회장과 가장 친하다고 친분을 과시했던 다시마는 외교전에서 압승이었다. 야세르 알미세할(사우디아라비아)의 35표는 2027 아시안컵 유치의 힘과 동일하다. 마리아노 V. 아레네타 주니어(필리핀, 34표), 다툭 하지 하미딘 빈 하지 모흐드(말레이시아, 30표)는 아세안의 힘이 만만치 않음을 알렸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회장님이 평소에 AFC 내에 개혁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AFC 주도 그룹 세력과 마찰이 있었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정 회장이 선거전에서 만회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지난해 10월 AFC 집행위원회가 그랬다. 당시 한국은 아시안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완패했다. AFC 권력의 힘이 중동에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교훈이 있었다. 한국보다 3배 넘은 지원금을 약속한 카타르의 오일 머니를 누를 힘은 없었다. 유치 명분이나 당위성은 경제 논리 앞에서 무너진 지 오래였지만, 감성 외교를 펼치다 망신만 당했다.

무엇보다 당시 AFC 내에서는 기존 평의회 위원 중 일부가 정치적 역학 구도에 따라 이번 선거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가 돌았다. 프라풀 파텔 인도축구협회(AIFF) 회장은 지난해 FIFA의 '제3자의 부당한 개입' 지적에 따라 AIFF가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AFC 내 입지가 크게 줄었다. FIFA가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을 유치했던 인도축구협회 파텔 회장에 대한 인도 대법원의 해임 결정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텔은 입후보하지 못했다.

다시마 회장의 경우 일본축구협회 회장직을 2년 더 연임, 이번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이 아시안컵 반납으로 민심을 잃었고 일부 후원사의 이탈 조짐도 있었다. 인도를 대신할 세력 공백이 생겼다는 점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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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통정리는 되지 않았다. 일본은 다시마 회장 체제에서 동남아 주요 국가에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미얀마, 필리핀 등에 지도자를 꾸준히 보냈다. 박항서 베트남, 김판곤 말레이시아,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등이 개별 도전에 나선 것과는 별개로 풀뿌리부터 공략했다. 행정적인 지원까지 하면서 일본은 아세안 지역에서 행정의 리더로 인식됐다. 주요 대회 후원사 유치는 말할 것도 없다.

카타르, 사우디의 오일 머니는 이해가 된다고 치더라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세력의 규합에 밀린 것은 더 뼈아팠다. 필리핀의 아레네타 주니어는 연임을 위해 아세안 대표로 뛰었다. 아세안 일부 지역과 중동이 종교적으로 연대감이 있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활용했다. 인도에 적극 다가서 주변국을 규합한 것도 소득이 있었다.

빈 하지 모흐드는 말레이시아 국왕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말레이시아 최고의 팀으로 떠오른 조호르 다룰 탁짐 구단주인 툰구 이스마일 술탄 이브라힘 왕세자가 전면에 나서 중동과 붙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의 AFC 본부 이전설을 조기에 차단하며 FIFA-AFC 스타디움 건립 계획을 이끌었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도 AFC 집행부와 친선 축구 등 잦은 교류를 이어갔다고 한다.

AFC 사정에 밝은 한 축구인은 "4년 전 정 회장은 몽골의 간타토르 암갈란바토르에게도 밀려 AFC 부회장직에서도 낙마했다. 평의회 위원까지 배출하지 못했던 것까지 생각하면 한국의 권력 공백은 정말 컸다. 중동을 붙들든가 아세안과 접촉을 늘리든가 전략적 움직임을 보였어야 했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번 실패는 일관성의 부재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에게는 아시아 공략의 콘텐츠가 없었다. 주요 AFC 대회에 다른 국내 대기업을 유도해서라도 후원사로 들어가게 해서 한국도 상업적인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던가 일본처럼 축구 개도국에 지도자를 파견하며 한국 축구의 DNA를 심는 등 적극성이 필요했지만,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장 대한축구협회와 일본축구협회 홈페이지만 들어가봐도 아시아를 향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극명한 차이가 확인된다.

2027년 2월까지 한국 축구는 국제 무대에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월드컵 유치전이나 정책 결정에 변방으로 자리한다. 정 회장의 임기는 2025년 1월까지다. '3선 제한'으로 규정으로 더는 축구협회장 출마도 어렵다. 내치는 물론 국제적 외교 감각이 있는 수장이 '우수한 참모를 앞세워' 한국 축구를 이끌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확인한 한국 축구의 냉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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