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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안철수 비판한 용산…그 뒤엔 '2개의 박근혜 악몽'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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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9년 2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어색한 표정을 짓으며 함께 앉아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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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 가려 MB가 제대로 보이기나 했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6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여당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을 이명박(MB) 정부 당시 ‘여당내 야당 대표’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유한 것이다.

최근 안 의원을 겨냥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참모진의 입을 빌려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거론한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발언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중심에 서는 건 대통령실도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참모진들은 과거 ‘박근혜 사례’ 재발을 우려하며 대통령실이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중 먼저 거론되는 건 이명박(MB) 정부 당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MB는 당의 전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과 사투를 벌여 간신히 승리했다. 이후 정권을 잡았지만 MB는 당에 포진한 박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 국정 운영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2008년 총선때 당권을 쥔 친이계가 친박계를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자 박 전 대통령은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총선에서 ‘친박 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는 25명이 생환해 돌아왔고, 한나라당 내부의 친박계 의원을 합치니 그 수가 60여명에 달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친이계 의원들은 110명 안팎이어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의 협조없이 주요 법안을 통과시킬 수가 없었다.

미디어법도 박 전 대통령이 원안 직권상정에 반대하자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분참여 한도를 줄인 수정안이 제출돼 통과됐다. 2010년엔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하는 MB와 이를 반대하는 박 전 대통령이 정면충돌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국회 반대 연설에 결국 세종시 수정안은 물거품이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MB는 대통령 재임 중 단 한 번도 박근혜를 의식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래 권력을 바라보는 대권 주자가 당 대표를 맡는다면 이같은 충돌을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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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5일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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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거론하는 두 번째 ‘박근혜 사례’는 박근혜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과 김무성 전 대표와의 갈등이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통령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결과는 김 전 대표의 승리였다. 김 전 대표는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당내 선두를 달리던 미래권력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표 간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을 놓고 당청 갈등이 발생했을 때 표면적으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과 박 전 대통령의 충돌이었지만, 당시 청와대는 김 전 대표가 유 전 의원과 손을 잡았다고 의심했다. 이후 2016년 총선 때 ‘진박 공천’ 파동이 벌어지자 김 전 대표는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낙향해 청와대에 공개적으로 대들었고, 분열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하며 정권 몰락의 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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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7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를 전달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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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두 번의 ‘박근혜 사례’에서 나타난 것 처럼 여당에서 미래 권력의 목소리가 커지면 대통령이 어려워진다는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는 “내년 총선 만큼은 당정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줄 관리형 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는 “안 의원은 인수위 시절부터 총리와 복지부 장관 등을 모두 거절했다”며 “미래 권력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안 의원의 존재감을 키워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당 초선 의원은 “안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당내 세력이 없다”며 “오히려 용산 참모들이 안 의원의 체급을 높여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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