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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포로 모기 쐈다”…中, 풍선 격추한 미국에 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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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외교차관, 美에 공식항의 “무력남용”
美 국방부, 해군 잠수병 동원 수색


매일경제

4일(현지시간)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미국이 전투기를 동원해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것에 대해 중국 외교부와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일부 중남미 국가들도 직·간접적으로 중국 ‘편들기’에 나서면서 반미 연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셰펑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미국이 무력으로 중국의 민간용 무인 비행선을 기습한 것에 대해 5일 중국 정부를 대표해 주중 미국 대사관 책임자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 교섭 제기’는 대사 초치 등 외교 경로를 통한 공식 항의를 의미한다. 외교부 측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셰 부부장이 주중 미국 대사관 고위 간부를 불러 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셰 부부장은 미국 측 인사에게 “미국은 미국 영공을 곧 떠날 민간용 비행선에 고집스럽게 무력을 남용했다”며 “명백한 과잉 대응이며, 국제법의 정신과 국제관례를 엄중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강렬하게 항의한다”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추가 행동을 하지 말길 미국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관영매체들도 미국 때리기 행보에 동참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미 당국과 언론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해 미중 관계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며 “군사적 관점에서 미국의 이번 대응은 ‘대포로 모기를 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풍선 격추는 중국 측에 손실을 입혔고, (풍선과 관련된) 기업은 미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위협적이지 않은 비행선을 격추한 것은 비무장 민간인을 쏜 것과 같다”며 “양국 사이에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번 정찰 풍선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남미 좌파정권들은 잇따라 중국을 두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좌파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성명에서 “중국의 비무장 민간 비행체가 공격받았다”라며 “미국은 군사적·물리적 위협이 없는 비행체에 대해 또 다시 무력을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주장한 민간 연구용 풍선이라는 내용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좌파 정부가 집권한 콜롬비아의 공군도 성명을 통해 자국 영공에서도 중국의 비행체가 탐지됐지만 “국가 안보와 항공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중국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중국의 우방인 러시아는 정찰 풍선과 관련해 공식적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취소한 지난 3일 중국 외무차관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중국에 간접적으로 힘을 보탰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5일(현지시간) 정찰 풍선의 잔해를 수거하기 위해 해군함과 잠수병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풍선 격추 직후에 군함 한 척이 현장에 도착했으며 잔해가 해수면에 도달하면서 수거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겨울철 낮은 수온에도 해군 잠수병들이 투입돼 잔해 일부를 수색 중이다. 잔해 수거 작전은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심이 비교적 얕은 위치에서 풍선을 격추한 만큼 작업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미 당국은 보고 있다. 잠수병들과 크레인 등이 동원된 이번 수거 작전이 며칠 내로 성공하면 중국의 첩보 능력 수준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이해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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