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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회원·골프장 수 전국 최다…대구 ‘파크골프 성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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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31일 대구 동구 불로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김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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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9시30분 대구 동구 불로동 금호강변에 위치한 불로파크골프장. 평일 이른 아침인데도 이곳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었다. 언덕에 있는 주차장에서 내려다본 불로파크골프장 모습은 3개 구역 전체가 이용객으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다음날 오전 경북 구미시 진평동 동락파크골프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체 4구역 36홀로 이뤄진 동락파크골프장은 불로파크골프장보다 훨씬 넓었지만, 그만큼 이용객 수도 많아 가득 차 보였다. 삼삼오오 팀을 이룬 이용객들은 저마다 채 하나씩을 들고 이동하면서 즐기는 분위기였다.

동락파크골프장에서 만난 김형기(50)씨는 “일반 골프는 장비를 제대로 갖추려면 수백만원은 우습게 들어갈 정도로 부담이 많이 되지만 파크골프는 채 하나와 공 하나면 준비가 끝난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도 지키고 재미도 찾을 수 있다고 하기에 친구를 따라 1년 전 파크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파크골프(park golf)’는 공원과 골프의 합성어로, 도심의 공원에서 나무 채와 플라스틱 공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골프의 한 종류다. 1984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시작돼 호주나 미국 등지로 퍼져나갔고 국내에도 2004년 서울 여의도 한강에 9홀 규모 파크골프장이 처음 들어섰다. 파크골프채는 평균 100만원 안팎, 공은 2만원대에 살 수 있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파크골프는 2021년 말 대한파크골프협회 회원 6만4000여 명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9만8000여 명으로 늘었다. 처음 파크골프가 국내에 알려질 당시만 해도 노년층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중장년층으로 나잇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상당수 파크골프장이 무료로 운영되고 유료화가 된 곳도 1회 이용시 5000원 정도다.

특히 대구는 ‘파크골프의 성지’라고 불린다. 전체 회원 9만8000여 명 중 대구 지역 회원이 1만8700여 명으로 20%가량을 차지한다. 서울 7000여 명이나 부산 8000여 명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대구는 파크골프장 수도 현재 25곳으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다. 대구에 파크골프가 비교적 일찍 도입된 데다 대구를 지나는 낙동강과 금호강에 다수 조성된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대구시는 이 기세를 몰아 금호강변에 파크골프장 6곳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사업비 82억5000만원을 투입해 금호강 둔치에 총 6곳, 10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짓는다. 사업이 완료되면 대구 지역 파크골프장 수는 기존 25곳 513홀에서 29곳 621홀로 많아진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파크골프는 어르신에게 새로운 생활체육으로 주목받는 스포츠이자 노인복지시설로 노인질환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파크골프장을 노인복지시설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성장세에 일부 파크골프장에서는 ‘부킹 전쟁’이 빚어지기도 한다. 전국 파크골프장은 대부분 관리 기관에서 온라인 예약 방식으로 운영한다. 전문 티켓예매 사이트에서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하는 곳도 있다. 인기가 높은 파크골프장은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마감돼 버리는 일이 잦다.

파크골프장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로 하천변에 조성되는 탓에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고 홍수에 취약해진다는 지적이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지난 1일 대구시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도시보다 대구는 많은 파크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서 추가로 더 짓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금호강에 파크골프장이 더 들어서면 야생동물은 살 곳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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