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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씨랜드 참사’ 24년 만에 뒤늦은 추모공간…‘관광단지 연계’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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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의 ‘씨랜드 참사’ 부지에 뒤늦게 추모공간이 들어선다. 화재 이후 24년 가까이 방치됐던 공간에 추모공원이 조성되지만, 유스호스텔 신축과 연계돼 설계되는 등 유가족의 상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 20년을 며칠 앞둔 2019년 6월 참사 현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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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년 만의 추모공원…유스호스텔 신축 등 관광지 조성과 연계

6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5월 추모공간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11월 설계용역에 들어갔다. 과거 수련원으로 사용하다 버려진 공간에 추모비와 공원 등을 만들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겠다는 복안이다.

23년 넘게 기다려 조성되는 추모공원은 670여㎡ 규모로 알려졌다. 예산도 2억7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시는 궁평종합관광단지 조성사업의 하나로 들어서는 화성 서해마루 유스호스텔 왼쪽의 서신면 백미리 일원에 추모공원을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최근 추모공원 위치를 인근 원형보전녹지 지역으로 바꿔달라는 의견을 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유가족들의 의견을 먼저 반영하지 않고 설계용역에 들어간 탓이다. 이에 시는 면담을 거쳐 다음 달까지 설계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7월쯤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다.

1999년 6월30일 새벽 당시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치원생 19명과 인솔 교사 1명, 레크리에이션 강사 3명 등 모두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곳에 있던 3층짜리 불법 컨테이너 건물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됐다.

◆ 유가족, 서울송파안전체험관에서 추모식…참사 현장에선 불법 영업

화마가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지만 추모공간을 조성하고 추모비를 세우겠다던 화성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씨랜드 부지도 공터로 방치되거나 불법 건축물에 점유 당했다. 지자체의 형식적 관리·감독 책임과 안전불감증도 잊혀갔다.

앞서 화성시는 2017년 씨랜드 부지에 희생자 추모공간과 추모비 건립을 포함해 궁평종합관광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계획이 연기됐다. 그동안 유가족들은 서울시가 2001년 마련해준 송파안전체험교육관의 추모비 앞에서 희생자를 추모해왔다.

그동안 추모공간 조성은 관광단지 사업과 연계돼 추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성시가 서신면 일대에 관광지를 순차적으로 조성하면서 추모공간을 넣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추모공간이 관광지 조성에 밀리면서 참사 현장에는 불법 건축물들이 들어섰고 최근까지 불법 영업이 이어져 유가족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화성=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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