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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망자 벌써 수천명…튀르키예 최악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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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상사태 선포

경향신문

순식간에 와르르 튀르키예 역사상 최대 규모 강진이 발생한 6일 중남부 도시 아다나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서 시민과 구조대가 생존자 수색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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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 만에 7.8 규모 새벽에 강타
접경국 시리아도 사상 계속 늘어
당국 “70차례 이상 여진 지속”
미 지질국 “사망자 최대 1만명”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에 6일 새벽(현지시간)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두 나라의 사망자는 최소 1790명을 넘어섰으며, 구조작업이 계속되면서 급속하게 늘고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을 휩쓸고 있는 폭우·폭설·강풍 등 악천후 탓에 구조작업은 더뎌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7분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서북서쪽으로 37㎞ 지역에서 7.8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깊이는 약 24㎞이다. USGS에 따르면 첫 번째 지진 발생 15분 후 여진이 6.7 규모를 비롯해 24번이나 잇따랐다. 지진 활성화 지대에 놓여 있는 튀르키예에서도 이번 강진은 1939년 이래 최대 규모 지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이날 오후 1시24분 가지안테프 진원지에서 약 128㎞ 떨어진 카라만마라슈 부근에서 7.5 규모의 두 번째 지진이 발생했다. 앞서 튀르키예 당국은 첫 번째 강진 이후 70차례 이상 여진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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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S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대 1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USGS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진에 따른 사망 피해자 규모가 1000~1만명에 도달할 확률이 47%, 100~1000명은 27%, 1만~10만명 가능성은 20%라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또한 지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10억~100억달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2%에 달하는 수치다.

현지 TV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와르르 무너져 내린 아파트 영상 등이 올라오고 있다. USGS는 “이 지역 대부분 건물은 지진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물”이라며 “벽돌조적 구조물과 지진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저층 비연성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전했다.

사망자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사망자 수는 1797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에서만 1014명이 사망했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튀르키예에서만 건물 3000채가 무너졌고, 5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알 수 없다”며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시리아 국영언론과 현지 의료진은 시리아 지역에서만 최소 783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알레포, 하마 등 시리아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과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각각 사망자와 부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벽돌집 ‘폭삭’ 매몰자 많아…폭우·추위에 생존자 구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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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첫 지진 후 15분 만에 또 덮쳐 잠든 시민들 피해 커져
악천후에 피해지역 접근 어려워…일부선 통신망도 두절
구조단체, 국제사회 지원 요청…미·우크라 등 “신속 준비”


구조대 측은 현재 건물 잔해에 깔린 피해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구조대는 지진이 새벽에 강타한 탓에 칠흑같이 어두운 상태에서 임시로 설치한 조명에 의지해 철근과 벽돌 사이를 뒤지며 구조 작업에 나섰다. 술레이만 소을루 튀르키예 내무장관은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대해선 붕괴 위험이 있으니 손상된 건물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주민 에르뎀은 로이터통신에 “주민들은 (여진을 우려해) 지금 차 안에 있거나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 열린 공간으로 이동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병원 응급실은 환자들로 가득 찼고, 환자 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튀르키예 적신월사(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 케렘 키닉 대표는 “우려하던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심각한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며 헌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시민들에게 차를 이용해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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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건물서 구조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6일 튀르키예 남동부 도시 디야르바키르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한 어린이를 구조해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위 사진). 이날 시리아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알레포주 아프린시 잔다리스에서 주민들이 부상자를 구출하고 있다. AFP·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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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은 피해 상황조차 집계되지 않았다. 튀르키예 당국은 가지안테프주에 위치한 누르다이와 이슬라히예 등 아직 접근은커녕 연락조차 닿지 않는 마을들이 있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인해 교통망과 통신망이 두절된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폭우와 추위로 구조작업 또한 더딘 상태다. 알자지라는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지진 피해지역인) 동부 쪽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모두 악천후로 인해 운행이 취소됐다”면서 “이 때문에 피해 지역에 접근하는 것이 더욱 더뎌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반군 측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도 트위터를 통해 “강추위와 폭풍이 몰아치는 좋지 않은 기상 조건이 비참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했다.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지역은 원래도 의료 시설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여서 이번 사태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신들은 이미 오랜 내전 영향으로 내부 손상이 심한 건물들이 지진 충격에 쉽게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지진은 튀르키예 남동부뿐만 아니라 중부 수도 앙카라, 인근 레바논과 시리아, 키프로스,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민 사메르는 “벽에 걸린 그림이 떨어졌다”며 “무서워서 잠에서 깬 뒤 옷을 입고 문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1분 가까이 땅이 흔들렸다는 목격담이 잇따랐으며, 주민들이 집에서 나와 거리로 대피하거나 차를 몰고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신속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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