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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3나노 개발인력 부족한 삼성 "구형 공정 주문 안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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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반도체(下)]
반도체 인력난 시달리는 삼성
외부 수혈 안되자 내부로 눈돌려
레거시 인력 일부 3나노 재배치
"초미세공정 경쟁력 제고 집중"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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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재난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레거시(성숙) 공정 연구개발(R&D) 인력 일부를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선단공정) 분야로 재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석박사급 반도체 핵심인력 수혈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레거시 공정 R&D 인력을 초격차기술 개발에 활용하려는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인재양성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나노에 레거시 개발인력 투입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중견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들에 130~65나노급 파운드리 공정 주문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해당 공정의 R&D 인력들은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분야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저조한 구형 공정 대신 주력으로 삼은 초미세공정 수율(양품 비율) 개선 등에 R&D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 추격을 위해 초미세공정 경쟁력 제고를 최우선순위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매출 비중이 높은 대형 팹리스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판 TSMC는 30년 이상의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7나노 이하 미세공정뿐 아니라 구형으로 분류되는 레거시 공정까지 다양하게 취급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선단공정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레거시 공정의 수익성이 낮은 반면 선단공정은 인공지능(AI), 오토모티브 등에 활용돼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7나노 이하 비중은 2022년 35.5%에서 2027년 46.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석박사급 고급인재 수혈 난항

전문 R&D 인력의 고질적 부족으로 내부 인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차세대 공정 개발과 생산라인 구축에 천문학적 투자를 계획하며 현장에서 요구하는 반도체 인력 수요는 크게 늘었지만, 대학·대학원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관련 학과 석박사 배출인력은 2015년 5494명에서 2020년 5884명으로 정체 상태다.

특히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해 소수점 단위의 기술 경쟁이 이뤄지는 파운드리 공정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며 기업이 원하는 실력을 갖춘 인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역대급 성과급 경쟁도 우수인력 유출 방지의 일환이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주요 대학에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를 앞다퉈 신설하는 등 우수인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학과마다 배출인력이 수십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현장경험이 풍부한 전임교수 수가 극히 부족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대만, 중국 등 반도체 강국들도 인력충원에 애를 먹고 있다. 미국의 안보유망기술센터(CSET)는 반도체 제조산업의 자국 복귀에 따른 신규 고용규모를 10년간 약 2만7000명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산업 부족 인력도 2025년 기준 3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향후 반도체시장 성장세에 비례해 글로벌 반도체 인재 쟁탈전도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각국은 해외 전문인력 유치 확대 등 인재양성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본부 황태호 본부장은 "주요 거점대학들과 연계를 강화하는 등 향후 반도체기업들이 인력확보를 중요하게 고려해 투자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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