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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AI, 자본주의 흔드는 날 온다"… 챗GPT 아버지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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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창업가 겸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이 고도로 발달하면 자본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인간을 대신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세상이 오면 시장경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더 이상 주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메시지다.

5일(현지시간) 올트먼 CEO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공 일반 지능(AGI)'이 점진적으로 개발될 것으로 내다봤다. AGI는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적으로 모든 상황에 투입될 수 있는 AI를 가리킨다. 올트먼 CEO는 "나는 자본주의를 사랑한다"면서도 "하지만 자본주의는 현존하는 모든 나쁜 시스템 중에서 가장 좋은 시스템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AGI가 개발되면 자본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오픈AI는 다른 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2015년 올트먼, 일론 머스크, 일리야 수츠케버가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인류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목표로 설립한 기관이다. 비영리 단체인 오픈AI 유한책임회사(Inc) 밑에 영리 단체인 오픈AI 유한책임투자자(LP)를 두고 있다. 올트먼 CEO는 "AGI가 정말 제대로 개발되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만약에 고장이 나면 무엇인가 다른 조치가 필요할 수 있고 이 때문에 특정 회사가 이런 AI를 소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트먼 CEO는 AGI가 개발되면 현재 시장 메커니즘인 자본주의의 작동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GI는 (스스로 일해) 수익을 발생시킬 텐데 이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가 관건일 것"이라면서 "또 AI를 누가 통제할 수 있으며, 이를 소유한 회사는 어떤 지배구조(거버넌스)로 구성돼야 하는지 등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트먼 CEO는 오픈AI가 만능 챗봇인 챗GPT와 만능 화가인 '달리2'를 무료로 공개한 이유에 대해 '오버톤 윈도' 효과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오버톤 윈도는 극단적 선택지 가운데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과 사고의 범위인데, 외부 충격에 따라 수용 여부가 달라진다.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권고하자 국민이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구글은 연구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고, AI가 안전할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앞으로 세상에 일어날 일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때로는 불편하겠지만 건강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챗GPT를 사용한 뒤 향후 급변할 사회상을 미리 상상해보라는 메시지다.

이날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AI를 규제하자고 강조했다. 무라티 CTO는 시사 주간지 타임에 "챗GPT를 내놓는 것에 대해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면서 "참신함과 순수한 호기심뿐 아니라 어떤 부문에서 사람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그런 AI 도구들은 오용되거나 나쁜 행위자들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AI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무라티 CTO는 혁신이 저해받더라도 정부가 앞장서 AI를 규제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AI를 규제하는 것은 지금도 이르지 않다"면서 "이 기술이 가져올 영향을 고려할 때 모든 이가 지금부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픈AI의 CEO와 CTO가 AI의 위험성을 환기하고 나선 까닭은 AI 개발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어서다. 오픈AI 창업자인 올트먼과 머스크는 창업 당시 "AGI가 인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런 AI를 소유하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오픈AI가 작년 11월 말 출시한 챗GPT는 문장만 입력하면 시, 소설, 리포트 등을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자유롭게 작성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용어] '인공 일반 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 : 인간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학습과 훈련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인 업무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마크 거브러드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가 1997년 '나노기술과 국제 안보'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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