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정찰풍선' 분장한 중국계 배우, 그의 한마디에 美가 놀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4일(현지시간) 격추된 중국 풍선으로 분장한 중국계 미국인 코미디언이자 배우 보웬 양(33). 사진 NBC 유니버셜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상공을 횡단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두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보웬 양(33)의 연기에 외신들이 주목했다. 중국계인 양이 격추된 풍선 분장을 하고 공개적으로 중국의 정보 수집 활동을 꼬집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NBC의 풍자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한 양의 연기를 소개하며 “정찰 풍선 사건을 코믹한 목소리로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CNN은 “그가 SNL에서 보여준 가장 인상 깊은 연기”라고 평했다.

4일(현지시간) 양은 하얀 풍선 잔해 의상을 입고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SNL 쇼에 등장했다. 이날 오후 미 국방부가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영공에서 중국 풍선을 격추한 직후였다. 쇼 초반 양은 정찰 의혹을 부인하며 ‘보통의(normal) 풍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정보를 감시당하면서, 풍선을 쏘라고만 하지 알렉사(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의 플러그를 빼라고 하진 않는다”며 “그렇게 보안에 신경 쓴다면서 왜 노트 앱에 은행 비밀번호를 기록해 두느냐”고 말했다. 이어 “내가 조 바이든(미 대통령)의 오사마(빈 라덴) 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보웬 양은 2021년 에미상 코미디 시리즈 부문 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사진 보웬 양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미엔 자신을 ‘정찰(spy) 풍선’이라고 지칭하더니 “어쨌든 우리는 이미 당신의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반전 대사를 외쳤다. 중국의 정보 수집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를 부인한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양은 지난 2019년 SNL에 첫 중국계 코미디언으로 합류했다. 약 1년 전 작가로 들어왔다가 연기력을 인정받아 코미디언으로 데뷔했다. 중국계라는 특징을 살려 ‘반아시아인 인종차별’ 뉴스 등을 풍자해 호평을 받았고, 2019년 미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미만의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 분야 30인’에 들기도 했다. 2021년엔 에미상 코미디 시리즈 부문의 조연상 후보로도 올랐다.

중앙일보

뉴욕대(NYU) 출신의 양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샌드라 오를 보고 의사를 꿈꿨지만, 그의 연기에 영감 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코미디언이 되기로 결심했다. 사진 보웬 양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NYT에 따르면, 양은 1991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중국 내몽고 자치구의 깊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는 문맹이었지만 고학해 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유명했다. 양은 2021년 NYT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해 “촛불 아래서 책을 읽느라 시력을 거의 잃었다”며 “열심히 일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나도 열심히 산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양의 어머니의 제안으로 부부는 80년대 호주로 이주했다. 이후 양의 가족은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다.

양은 미국 대학 입학 학력고사(ACT)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코미디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졸업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SNL 멤버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친구”로 꼽힐 정도였다. 뉴욕대(NYU)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 출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샌드라 오(본명 오미주)를 보고 의사를 꿈꿨다. 그는 NYT에 “샌드라의 신경질적이고 성공을 좇는 모습을 보니 의사란 직업이 멋져 보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영감 받은 건 샌드라 오의 연기였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인 코미디에 몸을 던지기로 결심했다. 뉴욕대에서 만난 맷 로저스와 함께 코미디 팟캐스트 채널을 열면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분장한 보웬 양(맨 왼쪽)과 산드라 오(가운데). 사진 SNL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이전에도 미국과 아시아를 둘러싼 정치 문제를 웃음으로 승화해 주목받았다. 2019년 3월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분장하고 샌드라 오와 함께 출연해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을 풍자했다. 같은 해 10월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처지에 대해 김 위원장 입장에서 조언하는 연기를 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