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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메타버스에 가구당 월 8만원 … 시장 선점 노리는 韓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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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초 열린 CES 2023 메타버스 전시관에서 한 참가자가 한국 스타트업 MAY가 구현한 VR 기기를 착용하고 롤러코스터 체험을 하고 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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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月 8만원을 메타버스에 지불할 용의가 있나요?'

올해 1월 첫째 주에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에서는 처음으로 메타버스가 주요 주제로 선정됐다. 올해 CES 최고 혁신작 23개 중 무려 10개가 메타버스와 연관됐다. 이를 반영하듯 CES 전시관 센트럴홀에 마련된 메타버스관엔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머리에 쓰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집 안에서 롤러코스터를 체험하거나, 나와 똑같은 모습의 홀로그램이 나를 따라 하는 장면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 혹은 현실과 가상을 합한 공간을 말한다. 머리에 쓰는 VR 기기, AR 글라스를 착용하고 오락·문화·교육 등을 체험하는 일체의 서비스다. 메타버스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680억달러 규모의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 1조달러(5개 시장조사기관 전망치 평균)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통신시장(1조7000억달러) 대비 60%인데, 지난해 3분기 국내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 지출이 13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2030년엔 가구당 월평균 약 8만원을 메타버스에 지불할 수 있다. 국내 가구 월평균 오락·문화비(18만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국내 업체들은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에서 어느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을까?

메타버스의 가장 큰 축 중 하나인 AR(현실과 가상을 결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크게 보면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 현실을 복사하고(매핑), 둘째 가상 콘텐츠를 만든다. 셋째 반도체로 이 둘을 합친 뒤, 넷째 AR 글라스 등 디스플레이(화면)를 통해 합친 영상을 소비자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생태계가 구현되면 단순히 보고 듣고 즐기는 체험을 넘어, 가상세계에서의 조작이 현실세계까지 연결되도록 하는 디지털 트윈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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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단계인 현실공간을 카메라, 라이다 등 여러 센서를 통해 매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 측정 기술이다. 나중에 가상 콘텐츠와 매핑된 현실을 오차범위 없이 합치기 위해, AR 글라스를 착용한 소비자가 이동하는 위치에 따라 현실과 가상 콘텐츠를 재배치하기 위해선 '위치(좌표와 방향)'값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CES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 중 모빌테크가 이 분야 강자다.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는 "측위 알고리즘 기술인 VPS 기술, GPS, 모바일매핑기술(MMS) 등을 종합해 위치 측정을 정확히 하는 데 강점이 있다"며 "강남 테헤란로 일대, 청와대 등을 이미 3D 매핑으로 현실과 똑같이 복제했다"고 설명했다.

둘째 단계는 가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게임을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 점과 선을 3D 모델링으로 형체화하고, 그 위에 유니티·언리얼 등 그래픽 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실감형 콘텐츠를 얹는다. 원천 기술은 3D 모델링, 그래픽 엔진인데 모두 미국 업체(유니티, 에픽게임스, 3D MAX, 마야 등)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은 원천 기술력은 없지만 이 기술을 활용해 그 윗단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SK스퀘어가 투자한 온마인드가 디지털 휴먼을 유니티 기반으로 만들거나, 이번에 CES에서 호평받은 롯데정보통신이 언리얼 기반으로 가상 쇼핑몰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셋째 단계는 반도체로 매핑한 현실세계와 가상 콘텐츠를 합치는 것이다. 여기에서 컴퓨터·모바일에 모두 들어가는 반도체칩, 즉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쓰인다. 이를 프로세서라고 하는데 PC·모바일 시대와 똑같이 반도체 강자가 이 분야를 장악할 예정이다. 반도체 설계업체 중에선 퀄컴·엔비디아, 메모리 분야에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강자로 꼽힌다.

현실공간과 가상 콘텐츠를 합쳤다고 해도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바로 디스플레이였다. 머리에 쓰는 VR 기기(메타 오큘러스퀘스트2), AR 글라스(구글 스마트글라스) 등이 시도되긴 했지만 눈을 피로하게 하고 멀미를 유발하면서 장시간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이 때문에 연간 판매량은 2000만대를 넘지 못했다. 연간 14억대가 팔리는 스마트폰에 비해 초라한 실적이다. 최소 매년 1억대 이상은 팔려야 시장이 열리면서 폭발적으로 저변이 확대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AR 글라스(구글·삼성전자), VR 기기(메타·소니), MR 기기(애플) 등 국내외 대기업이 여전히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상용화까진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이 분야에서 CES 때 주목받은 기업이 바로 국내 스타트업 레티널이다.

레티널은 핀틸트(PINTILT)라는 새로운 광학방식을 도입해 기존 AR 글라스의 단점을 극복했다. 기존 두 가지 방식(버드배스, EPE)은 무겁거나 이미지 퀄리티가 나쁘고 전력 소비가 많다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했는데, 핀틸트 방식은 이를 극복했다. CES 현장에서 만난 레티널 관계자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 경량화에 성공하고 제작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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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기술 외에 휴대폰·PC를 만들던 디스플레이 기술도 AR 글라스, VR 기기에 접목된다. 국내 업체 중에선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주로 담당할 분야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기술적 특성상 AR 글라스엔 마이크로 LED, VR 기기엔 마이크로 OLED가 도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CES선 국내 스타트업 MAY가 국내 유일 4K LCOS 패널을 통해 머리에 쓰는 VR 기기를 선보였다. MAY 제품을 끼고 특수 의자에 앉으면 실감 나게 롤러코스터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 밖에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햅틱 기술(현재는 조끼를 착용)도 유망 기술로 꼽힌다.

현실과 가상을 중첩하거나 잇는 메타버스 기술이 만들어지면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 창원 소재 스타트업 메타뷰는 올해 CES에서 가상공간을 통해 원격으로 제품 생산 과정(작업 위치, 부품 피킹, 품질 검사, 물류 관리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테면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은 생산거점이 세계 곳곳에 있는데 코로나19 등으로 공장이 폐쇄될 위험이 있다. 메타뷰 기술을 활용하면 공장을 그대로 3D 매핑으로 복원한 '가상공장'을 구현하고 실제 공장이 폐쇄되면 가상공장에서 제어 버튼을 누르며 원격으로 실제 공장을 제어할 수 있다.

가상공장을 만들어놨고 이를 현실과 연동되게끔 조치해뒀기 때문이다. 노진송 메타뷰 대표는 "디지털 트윈 등 메타버스가 현실화하면 제조뿐만 아니라 건설·공공·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해진다"며 "기존 산업도 메타버스와 접목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동영상을 검색해주는 트웰브랩스(Twelve Labs)도 메타버스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

알맞은 동영상을 바로바로 찾아주는 트웰브랩스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크리에이터가 손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 유튜브처럼 관련 크리에이터 세계도 커질 예정인데, 그때 트웰브랩스의 AI 영상검색 기능이 많이 활용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맥스트는 3D 매핑(현실세계 측정)부터 가상 콘텐츠 개발 플랫폼(AR 개발 플랫폼), 디지털 트윈 등 모든 분야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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