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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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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가라앉은 中정찰풍선…美, 조각 하나까지 다 뒤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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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는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상공에서 격추한 중국 정찰 풍선의 잔해를 수거하는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과 CNN에 따르면, 미 본토 방어를 맡는 미군 북부사령부(NORTHCOM) 최고 지휘관 겸 북미방공사령부(NORAD) 사령관인 글렌 D. 밴허크 장군은 이날 성명에서 "미 해안경비대가 일대의 보안과 시민 안전을 유지하는 가운데, 해군이 잔해 복구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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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미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앞바다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이 격추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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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가 11.3㎞에 걸쳐 흩어져 있어 수거에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찰 풍선 격추 지점이 수심이 비교적 얕은 곳(약 14.3m)이라 작업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CNN은 "수거·복구까지 몇 주~몇 달씩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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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서 판매중인 중국어 신문 1면에 중국 정찰 풍선 사진이 실려있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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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의 목표는 잔해를 전량 수거하는 것이다. 수거된 잔해는 미 연방수사국(FBI) 등 여러 기관에 넘겨져 조사·분석을 거치게 된다. 이를 통해 해당 비행체의 영공 침입 목적, 중국의 정보수집 역량 등을 밝혀, 중국의 '스파이'였다는 단서를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미국에 풍선 잔해 반환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잔해 조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그간 중국의 대(對) 중 반도체 기술 통제 수위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매체는 "미국 의원들은 이 풍선에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기술이 사용됐는지 살펴보고자 한다"면서 "분석 결과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분야 첨단 기술 제재 수위가 충분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잔해에서 정밀한 사진 촬영 장비와 탐지기 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리스 팡 ING그룹 중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반도체·장비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더 많은 수출 금지 조처가 내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F-22 전투기를 동원해 해당 비행체를 격추시킨데 대해 '과잉 대응'이라고 항의했다. 중국 국방부도 "민간용 무인 비행선"이라며 "미국이 무력을 동원해 이를 공격한 것은 명백한 과잉 반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해당 풍선이 공군기지가 있는 몬태나주 등 민감한 지역을 지나갔다며 민간 비행체일 가능성을 배제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풍선을 쏜 주체가 중국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란 분석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해당 부대는 미군 핵무기 시설을 감시하고 우주·사이버 전자전을 담당한다. 신문은 "이 전략지원부대는 시진핑 정부의 '군민융합'전략을 이유로 풍선을 민간에서도 운용할 수 있게 했다"면서 "이는 중국 정부가 '풍선은 민간용'이라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찰 풍선은 제조 원가가 낮고 격추돼도 인명 피해가 없어 위성 정찰 보완용으로 쓰인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인민해방군은 전시에 표적을 조준하는 레이더의 정확도를 높일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정찰 풍선을 띄워왔다고 FT는 전했다. 풍선이 수집한 대기 밀도 등의 데이터가 중국군이 공·해군 작전 때 쓰는 레이더의 '굴절 효과 예측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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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대만 북부 상공에서 고고도 무인 풍선 4개가 감지된 데 이어, 같은 달 미국 공군은 미사일 시험장이 있는 하와이 카우아이섬 앞바다에서 포착된 무인 풍선을 요격하기 위해 전투기를 동원했다. 지난해 1월 인도 상공, 2021년 9월 대만 상공에서도 각각 풍선이 그린 흰 궤적이 발견됐다. 공식적으로는 지난 2020년 6월 일본 센다이 시에서 목격된 사례가 최초라고 FT는 전했다.

한 당국자는 FT에 "최근 풍선의 출몰 빈도와 범위가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군사 첨단기술 분야에서 빠른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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