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월세 27만원인데 관리비가 105만원?···“‘깜깜이 관리비’ 근본적 해결 필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의 부동산 매물 전단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임대소득세 회피, 세금부담 전가 등의 목적으로 집주인이 임대료의 일부를 관리비로 전가하는 현상이 아파트에 비해 빌라 등 다가구, 단독주택 등에서 다수 발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이 6일 발표한 ‘깜깜이 관리비 부과 실태와 제도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분기에서 2022년 2분기 사이 아파트 임차와 자가의 관리비 차이는 ㎡당 79.1원에서 99.9원으로 20.8원 증가한 반면, 비아파트는 ㎡당 324.4원에서 533.8원으로 209.4원 증가했다.

세입자가 자가소유자보다 더 많은 관리비를 부담하는 것은 집주인들이 실제보다 관리비를 더 청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집주인들이 각종 비용을 관리비에 전가해서 추가 금액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개정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보증금 및 월세 인상폭이 제한되자 나머지 상승분을 관리비로 전가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그 격차는 갈 수록 커지고 있다.

윤 부연구위원은 특히 “주택유형별로 점유형태에 따른 단위면적당 관리비 차이를 살펴보면 아파트 및 연립주택은 임차가구와 자가가구의 차이가 제한적인 것에 비해 단독·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에서는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차이는 관리비 제도의 공백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공동주택 중 아파트는 관리비 공개의무가 있는 ‘의무관리대상’에 해당하지만, 그외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다세대주택, 기숙사,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은 의무관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택유형에서는 관리비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실질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매월 정액으로 부과되는 관리비가 사실상 ‘제2의 월세’로 작용하는 셈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관리비 공개의무가 없는 ‘관리비 공백 가구’는 약 429만6000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가구의 20.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윤 부연구위원은 “이는 상당한 가구가 관리비 내역 미공개, 임대료의 관리비 전가 위협으로부터 적절한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고스란히 세입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적발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임대차신고제 회피 목적으로 월세를 적게 받는대신 차액을 관리비로 전가하는 경우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신고대상인 ‘보증금 6000만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원 초과 주택임대차계약’을 회피하기 위해 관리비에 월세를 전가하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중개사이트에 올라온 전월세 매물들을 보면 보증금 150만원에 월세 27만원을 내세우면서 관리비로 105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경향신문

국토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부연구위원은 이같은 관리비 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관리비 부과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일정 부과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관리비 규정을 신설해 주택임대차에 적용하는 관리비 부과 기준을 마련하고, 주택임대차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법 적용시 관리비가 고려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깜깜이 관리비’는 “상대적으로 비아파트와 같이 관리가 부실하거나, 세입자의 교섭력이 낮아 발생하는 만큼 이에 맞게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비아파트 관리비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거나, 악용사례 신고창구 운영,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기능 강화 등을 통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 10시간 동안의 타임라인 공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