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성과연봉이 공정하다고? ‘성과급제 끝판왕’ 삼성 직원들에 물어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성과평가요? 사내정치가 100%죠. 평가자가 골프사조직을 운영하는데 인사팀에서는 알면서 아니라고만 하고….”


“육아휴직 쓰면 NI(최하위). 병가 쓰면 NI. 진짜 아파서 수술하고 입원하고 복귀하면 NI.”


경향신문

PIxabay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SDI 직원 10명 중 7명 이상은 성과주의적 임금체계에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6일 나왔다. 두 회사는 임금에서 성과급의 비중이 24%에 이를 만큼 성과주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체계를 ‘성과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대표 격인 기업에서 “성과급제는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삼성 고과 제도의 현황과 폐해 실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는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와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 5명의 연구진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삼성전자·SDI 직원 44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삼성전자에서 354명(79.6%), 삼성SDI에서 91명(20.4%)이 참여했다. 노조 가입여부로는 조합원이 42.9%, 비조합원이 52.6%, 노조간부가 4.5%였다.

직원들은 고과평가를 강하게 불신했다. ‘고과평가가 개인의 노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6.0%로 매우 높았다. ‘개인의 노력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고과평가 시 ‘관리자들이 학연이나 지연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이 49.3%, ‘친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도 66.3%로 나타났다. 승격이 투명하게 이뤄지는지를 두고도 부정 응답이 70.3%로 긍정응답(8.2%)을 훨씬 웃돌았다.

경향신문

Gettyimage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원들은 고과평가에 의견을 내지 못했다. ‘고과평가 시 직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68.0%는 부정적이었다. 고과평가 이의제기 경험은 32.4%로 적지 않지만, 이의제기가 실제 반영돼 고과가 수정된 경우는 1.6%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고과평가의 목적을 ‘관리자에게 평가 권한을 주어 회사에 충성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69.2%)이라고 인식했다. ‘개인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보상한다’는 답은 30.8%에 그쳤다. 한 응답자는 주관식 문항에서 “인사고과란 고과권자 마음대로 말 잘 듣고 충성하는 자에게 주는 사탕 같은 것”이라고 적었다.

이런 고과평가 속에서 노동자들은 감정적 고충을 호소했다. 응답자 58.6%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 일한다’고 답했고, 66.7%는 ‘회사에 대한 심리적 배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종란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노무사)은 “하위 고과 위협으로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은 산재를 신청하지 않고, 육아휴직을 쓰기도 어렵다”며 “기본적인 노동관계 법령 위반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경향신문

Gettyimage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이 2023년부터 시행하는 ‘신인사제도’에 관해서도 우려가 이어진다. 신인사제도는 지난해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 오던 업적평가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대리급(CL2) 이상으로 이뤄지는 역량평가를 ‘역량진단’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생산직은 여전히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연구진은 “일부 직원만 상대평가를 폐지해 차별문제는 여전히 남았다”며 “절대평가의 계량적인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기준을 제시한다고 해도 부서장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절대평가를 실시할 경우 상대평가와 차이점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폐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급제가 실제 현장에서 어떤 폐해를 만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며 “성과주의 임금체계의 특징은 현장 노동자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용이하다는 것으로, 개별 노동자에게는 경쟁과 과잉 복종 및 과도한 업무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 10시간 동안의 타임라인 공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