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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해리 포터 읽어요" 11세 북한 유튜버…CNN "체제 선전 위해 꾸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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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송아' 등 영어 유창한 북한 유튜버들 자신의 생활 영상 올려

전문가들 "북한 안전한 곳 이미지 만들기 위한 것인 듯"

뉴스1

북한 유튜버 송아의 브이로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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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최근 1년 사이 북한에서 귀여운 소녀나 젊은 여성이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에 게시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것이 국제적 이미지를 재브랜드하려는 북한 당국의 선전 캠페인의 일부일 수 있다고 CNN이 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유미'라는 젊은 여성의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 6월 개설됐다. 4만1000회 이상 조회된 4분 분량의 한 영상에서 그는 카메라를 보여주기 위해 가게의 냉장고를 뒤지다가 "이것은 우유 맛입니다. 사진이 너무 귀엽습니다"라고 웃으며 영어로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복숭아 맛입니다"고 덧붙였다.

유미의 영상에는 놀이공원과 인터랙티브 시네마쇼를 방문하고, 강에서 낚시를 하고, 잘 갖춰진 실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어린 학생들이 북한 국기를 흔드는 배경 하에서 석회동굴을 방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유미의 채널은 최근 1~2년 동안 등장한 여러 소셜 미디어 계정 중 하나로, 북한 주민들이 일상을 공유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모든 것이 동영상들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으며 핵무기 문제로 이미지가 나빠진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를 신뢰할만하고, 관광 친화적인 곳으로 재브랜드하기 위한 선전 캠페인의 일부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북한인권데이터베이스센터 박성철 연구원은 "유미의 동영상은 북한 정부가 대본을 작성한 잘 준비된 연극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미가 평범한 북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북한은 인터넷 사용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심지어 스마트폰이 허용된 소수의 특권층도 정부가 운영하는 고도로 검열된 인트라넷에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이나 영화와 같은 외국 자료는 금지되어 있으며, 암시장에서 샀다가 적발되면 종종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송아'라는 이름의 영국 억양의 영어를 쓰는 11살 소녀 유튜버는 지난해 4월 등장해 2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데 이 역시 꾸민 흔적이 많다고 CNN은 보았다. 송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J. K. 롤링이 쓴 '해리 포터'"라고 말했는데 북한은 외국 문화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송아는 사람이 많은 워터파크를 방문하고 과학기술 전시관을 둘러보고 마스크를 벗고 학교로 가는 첫날을 촬영했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표현들이 100% 거짓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이 아니어서 완전히 북한 상황을 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간부들과 그 가족들과 같은 북한의 부유한 엘리트들이 에어컨, 스쿠터, 커피와 같은 사치품에 접근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유튜브 비디오에 나온 시설들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고 특별한 계층의 사람들만 갈 수 있다고 박 연구원은 말했다.

박 연구원은 "유투버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희귀한 사치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유튜버들이 모두 고학력자이며 고위 관리들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앞서 탈북자들은 CNN에 일부 북한 사람들이 영어 수업에서 영국식 영어를 배운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문화원도 2017년 중단되기 전까지 십여 년 동안 북한에 교사들을 파견하며 영어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영상에 나오는 시설들은 또한 정기적으로 문을 열거나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박 연구원은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북한은 놀이공원을 운영할 만큼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주말이나 동영상 촬영 때처럼 특별한 날에만 운영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전 선전들은 소련 스타일의 포스터, 행진하는 군대와 미사일 시험의 비디오, 그리고 백마를 탄 김정은의 이미지 같은 것을 특징으로 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시작 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좀 더 창의적으로 선전하라"고 지시한 후 이같은 브이로그가 등장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리고 지정된 장소로만 안내하는 관광이지만 그간 타격을 입은 관광을 살리기 위해 북한은 자신을 안전한 나라로 묘사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유미나 송아의 동영상은 이 목적을 위해 플랫폼의 규제에 걸리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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