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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강제성 없는 '표준운임제' 도입…화물차 '번호판 장사' 퇴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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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당정, 6일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발표
화주에 대한 운임 지급 의무·처벌 조항 없애
시정명령 후 과태료 점증적 부과 방식 개선
위원회 개편…공익 6·화주 3·운수사 2·차주 2
번호판 장사만 하는 지입전문회사 퇴출한
유가·운임 연동 '표준계약서' 차주 여건 개선
뉴시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 운송산업 정상화 방안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2.06.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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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세훈 이예슬 고가혜 기자 = 정부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의 불씨가 된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강제성이 없는 표준운임제로 개편한다. 적용 대상은 기존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시멘트·컨테이너로 한정하되 3년 동안 운영한 후 일몰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또 화물차 면허 장사만 하는 지입전문회사는 퇴출시킨다.

국토교통부는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를 계기로 기존 안전운임제 문제점과 지입제 폐단, 열악한 화물차주 여건 등 화물운송산업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뒀다.

물류산업은 생산·유통 등 국내외 경제활동 전반을 연결하는 핵심 기간 산업으로 도로 운송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의 경우 화물차 운송산업이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같은 화물차 운송 마비는 건설·자동차·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파급력도 막대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화물차운송산업은 개인차주 중심으로 영세하고,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등 산업전반에 구조적 불안요인을 갖고 있어 국가 경제기반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구조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해 집단운송거부를 계기로 화물운송산업의 한계가 두드러졌으며 이에 따라 민관합동 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거쳐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안전운임제' 강제성 없는 '표준운임제'로

우선 '안전운임제' 명칭을 폐기하고 '표준운임제'로 바꾼다. 기존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의 '안전운임제'는 과로, 과속을 막기 위해 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에 대해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표준운임제 적용 대상도 표준화, 규격화 등 기술적 가능성을 감안해 기존 안전운임제와 동일하게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한정해 2025년 말까지 3년 동안 운영하기로 했다. 제도 운영 결과를 분석 후 지속(일몰)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표준운임제와 안전운임제의 가장 큰 차이는 화주에 대한 처벌 조항을 없앤 점이다. 표준운임제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 형태다.

기존 안전운임제가 화주까지 운임계약을 규율함에 따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했던 점을 고려해 화주와 운수사의 계약은 강제성 없는 가이드라인(화주의 운임 지급 의무·처벌 삭제)을 통해 관리해 시장기능을 회복하고, 운수사와 차주 간 운임계약은 강제해 차주를 보호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표준운임 지급 위반 시 제재 규정은 그간 위반·경중횟수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처분하는 과태료 부과방식에서 우선 시정명령 후에 과태료를 점증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국토부는 화주가 운수사에게 지급하는 의무가 폐지 되더라도 운수사는 차주에게 표준운임을 이상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취지에 부합하게 차주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표준운임대상 품목의 차주 소득수준이 일정 기준 이상 도달한 경우 지원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해 표준운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운임제 운영체계도 개편한다. 설문조사에 의존한 비과학적 방식이 아닌 납세액, 유가보조금 등 공적자료를 활용해 보다 객관적으로 원가를 산정하고 그간 일방적으로 운수사와 차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의사결정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

표준운임을 정하는 위원회 구성도 바꾼다. 기존에는 공익위원 4명, 화주 대표 3명, 운수사 대표 3명, 차주 3명으로 구성됐으나, 운수사와 차주의 이해관계가 비슷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화주 측 문제제기가 많았다.

이에 앞으로 운임위원회는 공익위원을 6명으로 늘리고, 화주 대표 3명, 운수사 대표 2명, 차주 2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또한 화물연대 조합비, 휴대전화 요금, 세차비 등 원가 구성 항목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만큼 원가 구성 항목을 사전에 규정해 원가구성에 대한 논란을 줄이기로 했다.

운임위원회에서는 각 항목별 원가산정 논의에만 집중한다. 세부 원가 검토를 실시하는 전문위원회는 이해관계자가 추천한 전문가(회계·세무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번호판 장사만 하는 지입전문회사 퇴출

또 화물차 운송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한 악습인 지입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운송기능은 수행하지 않고 지입료만 수취하는 지입전문회사를 퇴출시킬 방침이다.

지입제는 개인 차주가 운송사에 차량을 등록하고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 일한 후 보수를 받는 제도다. 정부는 2004년 화물운송시장의 과잉공급 해소를 위해 영업용 차량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했다. 이에 운송면허 신규 발급이 제한되면서 기사들에게 번호판만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지입전문회사들이 생겨났다. 지입 계약을 맺을 때 기사가 지급한 2000만~3000만원대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폐단도 나타났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국가가 조장한 불로소득의 끝판왕이 화물차 번호판"이라며 "민노총 간부들이 100개씩 갖고 장사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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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토교통부는 6일 지입제 폐단, 안전운임제 문제점, 열악한 화물차주 여건 등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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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운송회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일감을 받지 못한 차주에게 개인운송사업자 허가를 내주고, 물량을 제공하지 않은 운송사에 대해서는 감차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예외 없이 모든 운송사가 일감을 제공하고 운송실적을 신고하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운송사 신고 외에도 화물차주도 실적신고를 할 수 있도록 교차검증도 할 예정이다. 실적이 없거나 거의 없는 운송사에 대한 처분 수준은 기존 사업정지에서 감차로 강화한다.

정부는 지입계약 시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차량의 실소유자인 지입차주 명의로 등록하도록 개선하고, 이를 위반하는 운송사에 대해 감차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현행 체계에서는 지입계약이 종료된 후 명의를 다시 이전받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운송사의 각종 갑질이 만연한데, 앞으로 차주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보장해 불공정 사례를 근절할 방침이다.

번호판 사용료 수취와 같은 부당금전 요구행위는 전면 금지하고, 화물차주에 대한 운송사의 부당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불공정 계약사례도 구체화해 계약무효는 물론 감차 등의 행정처분도 하기로 했다. 불법 위수탁 계약, 부당 운임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조사를 전담하는 공정계약 신고센터도 설치한다.

또 시장 수요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운송사의 직영 확대를 유도하고, 탄력 공급을 제한하는 수급조절제 등 각종 공급 규제도 혁파한다. 운송사가 차량과 운전자를 직접 관리하는 직영차량에 대해서는 차종에 관계 없이 신규 증차를 허용하고, 직영 비율이 높은 운송사에는 물류단지 우선 입주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더불어 대차·폐차 시 차종·톤급별 교체범위 제한을 완화해 시장 수요변화에 맞는 차량공급을 유도한다. 2004년 시작돼 시행 20년차를 맞은 수급조절제도는 현재 수급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개선방안을 검토한다.

원 장관은 "뿌리 깊게 유지됐던 화물운송산업의 불합리한 악습을 과감히 철폐하겠다"며 "차주에게 일감은 주지 않고 차주로부터 수취하는 지입료에만 의존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지입전문회사는 적극 퇴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유가-운임 연동 '표준계약서'로 화물차주 여건 개선

정부가 열악한 화물차주들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운임-유가 연동제'를 포함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한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나 장기 운송계약 시 유류비 변동에 따른 운임 조정 사항을 내용에 포함, 유류비가 운임에 반영되는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며, 차주들은 고유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또 국토부는 다단계 거래, 정보 비대칭 등에 따른 화물차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운수사가 화물차주에게 화주 운임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거래 이력을 투명화하고, 현재 자유업으로 시행 중인 화물정보망(화물중개플랫폼)도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등록제로 개편을 추진, 다단계 불법 재주선이나 과도한 '운임 후려치기' 등을 방지한다.

아울러 화물차 휴게소·차고지에 대한 설치기준을 완화해 투자를 유도하고, 고속도로·국도에 화물차 졸음쉼터도 설계에 반영해 차주들이 충분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여기에 화물차주가 차량 구입시 600억원 한도 내 보증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건강검진비도 1인당 45만원씩 지원하는 등 수요맞춤형 복지사업(화물복지재단)도 확대한다.

국토부는 꾸준히 지적되는 화물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통안전 모니터링 ▲낙하사고 처벌 강화 ▲과적에 대한 사용자 책임 강화 ▲화물차 교통안전 관리감독 강화 등 실질적인 화물차 교통안전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첫 번째로 현재 위험물 운송차량과 노선버스 등에 적용되는 정기적 운행기록장치(DTG) 자료 제출 의무를 대형 화물차(대형 트랙터, 25톤 이상 화물차)에도 부여해 화물차주의 휴식시간(2시간 운행·15분 휴식) 준수여부, 운전습관 등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휴식시간을 미준수하는 차주에게 과태료 50만원을 처분하고, 급가속·급정거 등 위험 운전자에 대해서는 안전운전 컨설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던 판스프링 등 화물고정장치에 대한 이탈방지를 의무화하고, 불법 개조하는 경우 사업허가·자격 취소 근거와 함께 중대사고(상해 또는 사망)시 형사처벌을 통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한편 안전한 화물차 운행을 위한 기본사항이었던 과적에 대한 제제도 기존 화물차주 위주의 책임에서 과적을 요구한 화주·운수사의 책임을 강화한다.

지난 2021년 과적 과태료 현황을 살펴보면 총 4만4400건 중 운전자에게 부과된 건이 4만3900건(98.6%)에 달했고, 운송사·화주의 책임은 600여건(1.4%)에 불과했다. 이제부터는 화주·운수사 책임이 명확한 경우 차주 책임을 경감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화물 운송시장에 대한 관리·감독권이 대부분 지자체에 위임돼 있어 일관적이고 통일된 집행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고려해 국토부 권한을 확대, 앞으로는 중앙정부가 이를 직접 관리한다.

국토부 산하 국토관리청이 화물차 불법 개조, 밤샘 주차 등도 단속할 수 있도록 단속범위를 확대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 각 국토관리청에 기동단속반(청별 10인)을 구성해 운영한다. 또 경찰·지자체·교통안전공단 합동단속을 통해 운송업체 불시 점검, 고속도로 휴게소·IC 점검 등 현장 단속도 강화할 계획이다.

원 장관은 "화물차주분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가장 중요하며, 1960년대부터 유지돼 온 지입제의 개선과 더불어 고유가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운임-유가 연동형 표준계약서 등을 통해 열악한 임금수준이 개선될 것"이라며 "화물운송산업의 정상화로 우리 국민들은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받고, 열심히 일한 화물차주는 공정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ashley85@newsis.com,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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