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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정주리 감독 "반복되는 '소희', 영화로 만들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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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봉 '다음 소희' 연출…"시나리오 잘 보는 배두나 큰 매력"

연합뉴스

영화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사건 후에도 현장 실습 나간 아이들이 죽거나 다치고, 목숨 끊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만들자고 생각했죠."

영화 '다음 소희'는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온 특성화고 여고생 소희의 사망사건과 그 죽음의 배경을 다룬 작품이다. 2016년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영화 소재로 삼았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 감독은 작품 연출에 나선 계기를 이같이 설명하며 "(현장실습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기자들도, 노동계도 지적해온 문제로, 오랜 시간 축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관객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대규모 상업영화가 대세인 극장가에서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사회 고발성 영화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상업 영화와 비교해 흥행 전망이 밝지 않은데다 공감을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의 가치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했다. '다음 소희'는 지난해 개최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의 폐막작으로 초청돼 스크린에 올랐다. "충격적이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작품"이라는 극찬이 나왔다.

정 감독은 해외 평단의 호평에도 국내 관객의 반응이 기다려진다는 듯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는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른 나라 분들이 공감해주니 우리나라 관객도 좀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들곤 해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관객이 더 까다롭게 보지 않을까, 우리 자신 이야기니 더 힘들게 바라볼 수도 있겠죠."

'다음 소희'는 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2014년 '도희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첫 작품도, 두 번째 작품도 배우 배두나와 함께했다. 배두나는 두 작품 모두에서 경찰 배역을 맡았다.

연합뉴스

영화 '다음 소희' 속 배우 배두나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정 감독은 '다음 소희'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형사 유진 역으로 배두나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시나리오 속 유진으로 떠올렸던 배두나는 캐스팅 제의에 흔쾌히 응했고, 영화 속 유진으로 정 감독과 다시 만났다.

정 감독은 배두나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보여줄 '페르소나'냐는 질의에 "첫 영화에서는 나의 강력한 동지였다"면서 "('다음 소희'에서는) 배두나라는 존재가 있어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배두나라는 배우는 시나리오를 너무 잘 봅니다. 제가 시나리오 작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데요, 지문 등에 명시적으로 쓰지 않고 여백으로 남겨둔 것들을 정확하게 캐치를 합니다. 너무 신이 나요. 이런 게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도희야' 이후 '다음 소희'까지 9년이 걸렸다. 정 감독에게 긴 시간이었다.

그는 그간 여러 작품의 연출 제안이 있었으나 본인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는 온전히 하기 어려울 거 같아 그만뒀고, 완성한 시나리오가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배두나가 최근 인터뷰에서 정 감독의 장점으로 "고지식하고 타협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듯 자신을 "융통성이 없는 편"이라고 평했다.

"분명 장점만은 아닐 거에요 (웃음).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이 섰을 때는 다른 여지가 생기지 않아요. 나의 모든 것을 녹여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지금은 각색도 해보고 싶고, 이렇게(지난 9년) 시간을 많이 보내면 안 될 거 같아 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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