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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최고금리 인하 후폭풍… 3만8000명이 불법 사금융 내몰렸다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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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낮아지면서 최대 3만8000명이 대부시장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업체의 폭리를 막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저신용자의 합법적인 대출을 막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사이 카드사는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카드사들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8%대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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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전통시장 바닥에 사금융 대출 광고물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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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硏 “대부시장서 배제된 3만8000명 불법 사금융으로”

한국금융연구원은 5일 ‘2021년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이용자 변화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1년 7월 최고금리 인하 이후 1년 동안 1만8000명에서 3만8000명 정도가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돼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은 NICE평가정보상 2020년 6월 말 대부대출 계좌 보유자 31만6544명 중 표본 3만9824명을 추출해 분석했다. 그 결과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대출을 이용하지 않았으면서 1·2금융권에서도 새로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차주의 신용평점과 대출잔액 변화 등을 고려하면 대부이용자 감소분의 10.6%∼23.1%가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2022년 6월 말 대부이용자는 2021년 6월 말 대비 16만6000명 감소했는데, 이 중 10.6∼23.1%가 대부시장에서 배제된 것으로 가정하면 그 규모가 1만8000∼3만8000명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대부대출 계좌 보유자의 최대 10% 이상은 대부업체 이용이 막힌 셈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불법 사금융 이용자 증가 규모 3만9000명, 금융위·금감원의 2018년 추적 조사에 나타난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불법 사금융 이용자 유입 규모 3만8000명과도 비슷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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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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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는 법으로 정한 가장 높은 금리다. 2002년 66%에 달했던 금리는 현재 20%까지 낮아졌다. 지난 정권 때에만 8%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이로 인해 일부 저신용 채무자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해야 하는 부작용이 생겨난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 20%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부업 문턱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대부업체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신용대출을 중단하거나 담보대출 중심으로 영업을 축소한 탓이다. 지난해 12월 상위 대부업체 69개사 중 13개사가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는 법정최고금리를 10∼15%로 낮추는 관련법 개정안들이 계류돼 있으나, 저신용자의 합법적 대출이 원천 봉쇄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관련 보고서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18%로 인하할 경우 약 65만9000명이 2금융권의 대출 거절로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조달금리 상승 등에 따라 대부업권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 공급을 축소함에 따라 불법 사금융 유입 규모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부 이용자 중 66.3%는 1·2금융권의 대출을 받은 상향 이동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은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정책금융상품이 대부 이용자 중 일부를 흡수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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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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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 급전 통로 카드사 신용대출은 최고금리 근접

주요 카드사의 신용대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근접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가장 높은 카드사는 삼성카드로 연 17.70%에 달했다. 전월 대비 0.14%포인트가 오른 수치다. 이어 신한카드(16.21%), KB국민카드(14.42%), 비씨카드(13.04%) 순으로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높았다.

카드사의 신용대출 중 단기 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 평균 금리는 우리카드의 경우 연 19.43%에 달했고 국민카드(18.45%), 삼성카드·하나카드(17.96%), 롯데카드(17.80%), 신한카드(17.70%), 비씨카드(17.30%) 순으로 높았다.

매달 신용카드 대금을 나눠 갚는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도 비슷했다. 우리카드가 연 18.35%, 롯데카드가 17.82%, 현대카드가 17.21% 수준이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사용 대금을 일부만 갚고 나머지 상환은 이자를 내고 미루는 제도로 취약층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우량 고객이 이용하는 신용대출도 연평균 금리가 삼성카드 15.07%, 비씨카드 12.42%, 국민카드 11.20%, 신한카드 11.08% 순으로 10%가 넘는 고금리였다.

저신용·서민들이 카드 고금리에 주로 내몰리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자금난을 이유로 무이자 할부 기간 등 고객 서비스를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카드사는 최대 수익을 거둬 수천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줘 눈총을 받았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았고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도 지난해보다 많은 성과급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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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 임종룡…관치 논란 극복 시험대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외부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추천되면서 향후 우리금융 조직 개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관치 논란’과 내부 반발을 어떻게 해소해나가는지가 임 전 위원장의 역량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임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된 후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 혁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내부 승진보다 외부 인사를 택한 점도 우리금융 조직 혁신 필요성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임 전 위원장은 외부 출신인 만큼 우리은행 내 상업·한일은행 출신 간 파벌 갈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최근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및 직원 횡령 사고 등으로 불거진 내부 통제 문제 개선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장 취임 후 우리금융지주 경영진 및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조직 혁신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다만 손태승 현 회장의 용퇴 결정에 금융 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치고, 이후 관료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이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정부가 이미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만큼 관치 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숙제로 꼽힌다. 또 노조가 임 전 위원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온 만큼, 내부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지도 관전 포인트다. 우리금융은 이달 정기이사회와 다음달 24일 주주총회를 잇따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만료됐거나 조만간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연임이 좌절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8일 차기 회장 후보 대상의 최종 면접 자리에서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같은 달 12일에는 NH농협금융이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손병환 당시 회장의 연임이 무산됐다. 결국 5대 금융지주 중 임기 만료가 닥친 3곳의 회장이 모두 교체된 것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아직 임기가 2년가량 남아 있다.

금융 당국은 지주 회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당국 인사들이 회장 연임 도전을 두고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게 결과에 영향을 미친 만큼 적절성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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