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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더 글로리' 비극 안돼"…'자퇴0%' 전국 학교 뛰는 원희룡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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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윤형 정신건강전문의. 지난달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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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를 본 당신이라면 기억해둬야할 영어 단어가 있으니 '멘탈 헬스 리터러시'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로, '정신 건강 문해력' 또는 '정신 건강 감수성' 정도의 의미다. 지난달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강윤형 정신건강 전문의는 '멘탈 헬스 리터러시' 전도사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더 글로리'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더 높아졌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할 일이 많다"며 "교육의 세 축은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진이고, 이들 모두의 정신 건강은 곧 국가와 국민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2020년 교육부 학생정신건강센터장을 맡아 전국 학교에서 여러 임상 경험을 쌓기도 했다.

정신과 상담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확존하는 건 사실이다. 적절한 때 적절한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이유다. 강 회장은 "학교 정신건강의 위기는 곧 학업의 위기이고, 가능하면 초등학교 1학년처럼 어린 시절부터 멘털 헬스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신 건강의 적신호를 알아채기 위해서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들 모두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회가 그의 주도 하에 학교 교재도 만들고 있는 이유다.

그는 "전국에 학교가 약 1만1000개 정도 되는데,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그래도 아직 인식 개선이 시급하고 할 일이 많다"며 "정신건강 고위험군인 아이들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고 후유증도 없애기 위해선 전국적 검사 및 치료 도구를 구축하는 노력이 구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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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학폭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치밀한 전략으로 가해자들을 응징해 가는 복수극 플롯으로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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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형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많이 들어본 것 같다면, 정치에 관심이 많은 분일 터다. 강 회장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인이다. 원 장관은 수 차례 다수의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강윤형과 결혼한 것"이라고 말해왔다. 원 장관은 서울대 법대, 강 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동갑내기이자, 모두 제주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강 회장의 사무실엔 그러나 지난 정권의 유은혜 당시 교육부총리가 2018년 수여한 표창장이 놓여있다. 강 회장이 방방곡곡 분교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위기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직접 만나 성과를 이끌어낸 공로다.

팬데믹의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는 하지만 후유증의 상처는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교 대면 교육의 기회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10대 학생에 대한 강 회장의 고민은 특히 크다. 그는 "팬데믹으로 인해 20~30대는 고립으로 인한 우울증이 심하고, 10대 학생들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성세대가 짐작하는 것보다 문제가 심각하고, 하루라도 대응을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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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형 정신건강전문의. 그가 기대선 캐비넷 위에 유은혜 당시 교육부총리로부터 2018년 받은 표창장이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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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사례로 그는 한 특성화고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이들이 한 해에 60~70명씩 자퇴를 하는 심각한 사례였다"며 "목표를 자퇴율 0%로 높게 잡고 한 명 한 명 상담하며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문제는 아이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입어 의지를 상실한 경우와 가정 폭력 등 환경이 어려워서 우울증 등을 겪는 두 가지 갈래였다고 한다.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진을 직접 만나면서 이들의 응어리는 자연스레 풀리기 시작했고, 그는 자퇴율 0%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 과정에서 강 회장이 특히 절감한 것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들 역시 정신 건강 치료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심한 폭력을 당한 아들이 자신의 동생에게 그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결국 이 아이들을 모두 지원금을 받아 입원시켰고 치료를 잘 받아 학교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가 곧 피해자가 되고, 그 반대도 성립하는 게 정신건강의 복잡다단한 세계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의 지식과 지혜가 정책 반영에도 시급하다고 강 회장은 강조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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