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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우크라 지지" 손잡고 외쳤지만…유럽 고민 키우는 이 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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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가 3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방안 및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를 논의했다. 왼쪽부터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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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났다. EU-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세 사람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지원 방안 및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를 논의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은 우크라이나 깃발이 원래 속한 곳에 다시 세워지는 날까지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에 대한 10차 제재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대해서는 “(EU) 가입 절차는 성과 기반이다”며 “(가입하려면) 도달해야만 하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EU에 빠르게 가입할 수 있는 절차인 ‘패스트트랙’ 등 우크라이나가 당초 기대했던 논의에 제동을 건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미셸 의장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EU 가입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경제 강화, 부패 방지, 사법 개혁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U 회원국이 되려면 재정 적자, 국가 부채 등 거시경제 지표가 갖춰져야 하고, 정부 투명성, 공정 선거, 언론·사법부 독립 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EU 집행부의 이 같은 태도엔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유럽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 EU 내에선 러시아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의 가스공급 위협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원국 국민의 지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부담도 갖고 있다. 전쟁이 1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커져가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EU로선 우크라이나에 EU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것에 부담이 크다. 3일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EU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금 규모는 총 500억 유로(약 67조원)에 달한다”며 “올해에도 4억5000만 유로를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자금 지원에는 난색을 보이는 눈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일 베르너 호이어 유럽투자은행(EIB) 총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출은 매우 위험하다”며 “EU 회원국이 추가 보증에 나서야만 자금 조달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EIB는 지난해 3월부터 우크라이나의 도로, 트램, 학교 재건을 돕는 프로젝트에 17억 유로의 자금을 내놨다. 올해에도 5억3500만 유로를 추가로 지출할 예정이다.

안정세를 보이던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는 것도 유럽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지난 3일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대표지수인 네덜란드TTF 3월물 선물 가격은 3.4% 상승한 메가와트시(㎿h)당 59유로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8월 사상 최고치(340유로)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낮다. 유럽이 당초 예상과 달리 올겨울 가스대란 없이 잘 넘기고 있지만, 이는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인 천연가스 비축과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 기온 덕분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유럽에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는 데다 전쟁 상황에 따라 러시아가 EU에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 이후 살아난 중국 경제가 가스값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다국적 금융기업 ING 그룹은 “천연가스 가격이 상반기 평균 60~65유로 사이를 오간 뒤 하반기엔 80유로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유럽 국가들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유럽 에너지 위기 대응 현황 및 재정건전성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해 유럽 국가들은 국가부채를 늘려 원자재값 폭등의 충격을 완화해왔고 이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았다“며 “향후 에너지 공급 차질이 심화할 경우 이탈리아 등 가스의존도가 높은 고부채 국가를 중심으로 재정 취약성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고 독일 등에선 큰 폭의 경제성장률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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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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