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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페셜리포트] 일자리 움켜쥐고 경영 간섭…'전기차 부메랑'된 노조 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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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넘어 독일 수준에 육박한 인건비
노조 입김이 투자와 경영전략까지 확산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걸림돌 산더미
미래차 시대, 노조가 한국차 최대 약점


기아가 경기도 화성 3공장을 준공(1997년)한 이후 지난달 13일 노사 합의로 26년 만에 내년 하반기까지 4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기아가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고자 지난해 경기 화성에 전기차 전용 ‘PBV’(목적 기반 차량)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투자 계획을 밝힌 지 1년여 만이다.

착공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노사는 그동안 이 공장의 생산 규모를 놓고 대립해왔다. 노조는 공장 추진 소식에 “연간 20만 대 생산 규모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사 측은 애초 계획이었던 15만 대를 제시했다.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생산 물량 확정은 어렵다는 게 기아의 경영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노조는 일자리 축소를 우려해 단체 협약상 신공장 착공에 들어가기 위해선 노조 동의가 필수라는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반대 뜻을 나타냈다. 결국 양측은 20만 대 체제로 합의했다. 1단계로 10만 대 규모의 공장을 먼저 건설하고 2단계로 10만 대를 더 보태 노조가 주장했던 20만 대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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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같은 기득권…집단 이기주의로 변질


1980년대 말,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이어지면서 주요 산업분야에 노동단체가 하나둘 등장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기본권, 나아가 근로자의 권리를 일깨웠다. 그렇게 30여 년이 지났다. 노동계 역시 숱한 변화를 거쳐 새 시대를 맞고 있다. 단순한 임금 인상 투쟁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노동단체가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순기능을 이야기할 때 자동차 산업은 언제나 예외였다. 차 노조는 철옹성처럼 쌓아 올린 기득권을 틀어쥐고 놓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주장은 노동자의 권익보다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로 변질되기도 했다.

예컨대 “사 측이 근로자의 뼈를 깎고 노동권의 권리를 쥐어짜고 있다”며 성토하면서도 뒤로는 계산기를 두들겼다. 완성차 노조는 임단협을 통해 ‘조합원 자녀가 우리 회사에 입사할 때는 가산점을 줘야 한다’거나 ‘장기근속자와 정년퇴직자를 해외로 여행 보내달라’고 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총수를 악덕기업주로 몰면서도 자녀의 입사는 원했던 셈이다. 자동차 노조가 반복해서 내보이는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는 기아 화성 4공장처럼 이제 투자와 경영까지 간섭 중이다.

결국 미래차 패러다임이 빠르게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차 최대의 약점은 제품 경쟁력도 기술력도 아닌 ‘노조’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인건비는 일본을 넘어 독일 수준이다. 한때 글로벌 5위 자동차 생산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7위 권으로 밀려났다. 2018년 연산 400만 대 시대가 붕괴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2028년이면 노조리스크로 300만 대 생산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완성차의 생산 감소는 물론 부품사와 협력사의 위기로 이어진다. 결국 노조가 기득권을 놓지 않는다면 전기차 산업 전반에 걸쳐 생태계 붕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차도 떠나는 데 테슬라는 무슨…”


한국차도 한국을 떠나는 마당에 외국계 자본이 한국에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공장을 더 많이 짓고, 한국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한 게 대표적이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애초 제2 기가팩토리 동아시아 후보지로 한국을 검토했다가 노조 리스크로 인해 인도네시아로 선회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도 노조 리스크와 비용적 문제로 국내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단순한 공정과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를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있는 테슬라가 한국의 노사 문화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노조 리스크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고용 유연성을 중시하는 외국계 자본, 특히 자동차 기업이 국내에 투자를 확대하기는 여건상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투자를 하더라도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곧 우리의 세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준형 기자 (junio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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