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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투자사기 피해자가 혐의 짚어내 5번 추가기소.... 검찰 부실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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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대 사기 이철 전 VIK 대표
검찰, 최근 400억 배임 추가기소
檢 수사기록서 혐의 찾아내 고발
피해자들 "검찰은 뭐했나" 성토
한국일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뉴시스


7,000억 원대 투자 사기로 두 차례 기소돼 징역 14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전 대표 이철(58)씨가 배임 혐의로 재차 법정에 서게 됐다. 피해자들이 수사기록을 분석해 누락된 혐의점을 발견한 뒤 고발하자 검찰이 늑장기소했다. 검찰이 이런 식으로 추가 기소한 사건이 5건이나 되면서 부실수사 논란도 제기된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달 27일 이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2014년 5월~2015년 7월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가 투자금 돌려막기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피투자업체인 Y사 대표 A씨에게 411억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송금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다.

VIK에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송금 내역을 2015년 검찰 수사기록에서 발견해 2020년 8월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수사기록 쪽수와 범죄일람표까지 담겼다. 피해자 대리인인 이민석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새로운 혐의를 찾아낸 게 아니라 검찰이 이미 파악했던 내용을 수사기록에서 찾아 고발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부실수사했던 것을 뒤늦게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A씨를 조사했고, A씨가 이씨에게 보따리로 금품을 준 정황을 VIK 경영기획실 직원 진술을 통해 확보했었다는 게 피해자 측 얘기다.

앞서 이씨가 VIK 자회사를 통해 3억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21년 5월 기소된 것도 피해자들이 2015년 검찰의 참고인 조서에서 단서를 잡아 고발한 게 단초가 됐다. 참고인이 3억5,000만 원이 오간 계좌내역에 대해 "모르겠다" "송금 실수" 등으로 얼버무리자, 피해자들이 수상히 여겨 짚어낸 것이다.
한국일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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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배우자를 VIK 자회사 사내이사로 앉힌 뒤 급여 명목으로 6,300만 원을 횡령한 혐의 역시 피해자들이 직접 나선 결과 2021년 6월 기소됐다. 피해자들은 2020년 11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재판에서 "한 달에 한 번 출근해 공과금 지출에 서명했고, 검찰 조사 뒤 그간 월급을 반납했다"는 배우자 증언을 토대로 고발했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수사 기초자료인 VIK 계좌를 제대로 분석했다면 횡령을 알았을 텐데 재판에서 알려지자 뒤늦게 기소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이씨가 투자금 437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추가 기소했는데, 이 역시 VIK 투자조합인 62~64호 운용을 통한 투자금 모집이 과거 검찰 수사에서 누락된 정황을 피해자들이 발굴해 고발한 결과다. 이민석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회생 절차를 밟고 있던 VIK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해 찾아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씨는 3만여 명을 상대로 7,000억 원대 투자 사기 혐의로 2015년 10월 구속기소돼 2019년 8월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이씨는 재판 중에도 619억 원을 불법 모집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이 추가됐다.

검찰은 437억 원 사기 혐의를 추가하며 이씨에게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도 더했다. 수사기록과 공소장에 이씨의 다단계 운영 정황이 적혔지만, 해당 혐의가 누락된 채 기소된 점을 피해자들이 놓치지 않고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사와 재판기록을 뒤져 혐의점을 발굴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대응으로 이씨 형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 변호사는 "VIK와 피투자업체들의 커넥션 의혹을 지속적으로 찾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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