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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청년가게·SNS로 핫한 서울중앙시장... MZ세대로 문전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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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전통시장]<11>서울중앙시장
서울 3대 시장, 청년가게 10여곳 오픈
유튜브 바람 타고 시장 홍보 제대로
인근 골목엔 레트로 카페도 들어서
시장 곳곳 젊은 세대 발걸음 이어져
중구청, 시설 현대화 등 지원하기로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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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입구 전경.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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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에서 젊은 사람들 보는 건 낯선 일이 아니에요."

지난달 28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황학동 서울중앙시장. 거센 한파가 다소 풀린 주말을 맞아 시장엔 2030세대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점을 중심으로 거리 양 옆에 이어진 식료품점과 잡화점 등에 장을 보기 위해 찾은 어르신들도 이 같은 풍경이 낯설지 않은 듯했다. 어묵 전문점 '산전'에는 많은 손님들이 기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주인의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전에서 만난 김하영(28)씨는 "여느 맛집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곳이 많다"며 "종종 친구들과 시장에 들렀다가 주변 예쁜 카페에서 사진도 많이 찍는다"고 말했다.

'힙당동'의 중심... 서울 3대 시장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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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어묵 전문점 '산전' 앞에서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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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동ㆍ황학동 주변은 최근 '힙당동'으로 불리며 젊은 층의 발걸음이 급격히 늘고 있다. 그 중심에 서울중앙시장이 있다. 중앙시장은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의 3대 종합시장으로 꼽힐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다. 1960년대 서울시민이 소비하는 양곡의 70% 이상이 거래됐고, 특히 닭과 돼지 부산물은 중앙시장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꼽혔다. 현재도 중앙시장은 농수산물과 정육, 잡화, 식료품, 식당 등 152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시장 역시 주변 대형마트 입점과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2000년대 들어 어려움을 겪었다. 장종윤 상인회장은 "한때는 다른 전통시장처럼 낙후돼 없어질 것이란 위기감이 많았다"며 "특히 상인들의 연령대가 고령화돼 있어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외식업종 입점에 유튜브 방송 타고 반향


하지만 2년여 전부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젊은 감각과 최신 트렌드로 무장한 청년 가게 10여 곳이 생긴 것. 일본식 술집, 쌀국수, 타코, 국밥 등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저마다 개성과 특징을 살려 시장 변화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지난해 가수 성시경이 반건조 생선가게 '옥경이네 건생선'를 찾은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젊은 세대들의 발걸음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영상을 보고 시장을 방문했다는 인증샷도 이어졌다. 상인들 사이에선 "성시경이 시장을 살려놨다"는 말도 돌았다.

비슷한 시기 시장 내 꼬치구이 전문점 '심야식당 하마'를 오픈한 박상원(33)·박상혁(30)씨 형제도 비슷한 케이스다. 저녁 무렵이 되자 가게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손님들이 들어차면서, 형제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박씨 형제는 중앙시장의 입지에 주목했다. 꾸준히 유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상혁씨는 “저녁 시간부터 연령을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이 찾고 있어 매출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며 “영업에 필요한 식자재나 물품들을 시장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주변 상인들과 상부상조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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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내에서 꼬치구이 전문점 '심야식당 하마'를 운영하고 있는 박상혁씨가 중앙시장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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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변하면서 인근 골목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양곡 등을 보관하다 폐업한 오래된 쌀 창고와 점집은 '레트로식'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각종 카페와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카페 '아포테케리'를 찾은 김상혁(32)씨는 "다소 후미진 골목에 멋진 카페가 있어 놀랐다"며 "이곳이 오래된 양곡 창고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종욱 중앙시장 매니저는 "시장에서 창업하고 싶다는 문의도 자주 들어왔지만, 빈 가게가 없어 아쉽게 발길을 돌린 청년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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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시장 내에서 종합 음식점 '옥이네 먹거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강옥씨가 만두를 빚으며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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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시장을 지켜온 터줏대감 상인들도 변화가 반갑다. 이곳에서 12년째 식당 '옥이네 먹거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강옥(61)씨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게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전과 달리 젊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많이 찾아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곤 한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트렌드 발맞춰서... "이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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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황학동 서울중앙시장이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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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반갑지만 상인들에겐 고민거리도 있다. 사람들 발걸음이 늘면서 시장 안에서 흡연을 하거나 밤늦게 공공 화장실 등 기물을 파손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만큼 중요한 게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깨끗한 환경을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구청도 중앙시장 상권 일대 시설 현대화 등 환경을 개선하고, 먹거리 종합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는 서울지하철 2·6호선 신당역과 지하상가 등을 잇는 연결통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위한 에스컬레이터 등도 설치키로 했다.

장 회장은 "물 들어왔을 때 더 힘차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시장 발전을 위해선 지금이야말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앙시장이 '힙당동' 유행의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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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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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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