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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영 김 한국계 첫 인·태 소위원장 “北 인권, 美의회 우선순위로 다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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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 우선 순위에, 비핵화와 연계해야”

조선일보

영 김 미 연방하원 의원은 4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을 비핵화 협상과 분리해서 다룰 것이 아니라 두 사안을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일 한국계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영 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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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등을 우선적으로 다뤄 (바이든 미 행정부 외교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한국계 미 연방하원 의원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59·캘리포니아)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은 4일(현지 시각)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중국 등) 적에겐 책임을 물어 미국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한국 등 동맹국들에는 미국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선인 김 의원은 전날 미국의 주요 외교 현안을 다루는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에 선출됐다. 한·미 동맹 및 북·중 사안, 한·일 관계 등 바이든 행정부가 최우선순위로 집중하는 핵심 외교 현안을 다루는 의회 기구의 수장을 한국계 의원이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소위원회는 작년 회기까지 ‘아시아·태평양·중앙아시아·비확산 소위’로 불렸지만, 이번에 ‘인도·태평양소위’로 명칭이 바뀌었다. 미 의회 관계자는 “중국 및 북한의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하원 외교위의 역량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소속 김 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본지와 화상 및 서면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인권과 비핵화 협상을 따로 분리해서 다룰 게 아니라 (북 인권을)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leverage)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 인권 문제를 묵인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인권 조건을 증진시키겠다고 공약했지만, 북한에 대해선 말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2년이 지난 지난달에야 북한 인권을 담당하는 전담 특사에 국무부 줄리 터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과장을 지명했다. 북핵 인권 특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공석이었다.

김 의원은 “구속력도 없고 검증도 못 하는 (비핵화 등) 약속을 얻어내겠다며 핍박받는 수백만 주민을 모른 체한다면, 안보는 물론 민주주의 정신까지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자국민의 인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생존을 위해 핵무기가 꼭 필요하다’고 공언해온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반문하며 “이는 비현실적인 기대”라고 단언했다.

북핵 위협이 더욱 고조되면서 ‘미국의 확장 억제(핵우산) 공약으로 북한의 도발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느냐는 한국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질문에 김 의원은 “동맹국들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한 (방위) 공약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동시에 적들이 미국을 두려워하도록 미 정부가 강한 목소리를 계속 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 김 의원은 “시진핑의 공산당은 2025년까지 세계 최고 경제·군사 강대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전 세계에 알리려 하고 있다”며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선 인권 문제나 자유, 체면쯤은 얼마든지 경시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어 큰 문제”라고 했다. 특히 “시진핑은 미국이 분열돼 국제사회에서 자신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그의 소망이 현실화되지 않으려면 미국이 다른 협력·우방 국가들과 함께 강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앞서 나가고 있다.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한·미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더 잘 소통하기를 희망한다”며 “역내에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도 대처하는 데 (한·미가) 관심을 두고 소통·협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앞으로 한국을 상대로 미 의회가 ‘대중 견제 전선(戰線)’에 동참해 달라는 압박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김 의원은 “(미국과 동맹 간 관계 밀착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한국 등 동맹 국가들에 ‘미국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확신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대만의 경우 4년 전 미 의회에서 무기 판매를 승인했지만, 무기 지원이 아직까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대만에 대해 무기 공급 계획을 잇달아 밝혔지만 공급망 문제 등으로 무기 인도가 지연되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인천에서 태어난 영 김 의원은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975년 괌에 이민했다. 13선(選)을 역임한 친한파 정치인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으로 21년간 일하면서 외교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로이스 전 외교위원장의 지역구였던 캘리포니아주 제39선거구를 물려받아 2018년 출마해 낙선한 뒤 2020·2022년 선거에서 연달아 당선됐다. 현재 미 의회 내 한·미 관계 연구 모임인 ‘코리아 스터디 그룹’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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