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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전장연, 文정부땐 뭐하다 이제와 정치쇼… 시위 재개땐 맞불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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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이 만난 사람]MZ세대 노조 운동 주도,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

조선일보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제 노조 활동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로고가 새겨진 후드티를 입은 그는 “우리는 민노총과 싸우려는 게 아니다”라며 “미래 노동시장에서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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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서울교통공사 ALL(올)바른 노동조합’ 명판이 달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송시영(31)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후드티에는 노조 로고인 ‘A’ 자가 그려져 있었다.

송 위원장은 2021년 교통공사에 2030세대를 주축으로 한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를 만들었다. 교통공사 제1 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공사노조’, 2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통합노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작년 12월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 파업 와중에 교통공사 양대 노조가 벌인 서울 지하철 총파업을 ‘정치 파업’이라고 비판하며 불참했다. 당시 지하철 파업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 직원이 주축인 ‘올바른 노조’의 외면으로 파업 동력이 약해진 것 등이 영향을 미쳐 하루 만에 끝났다.

송 위원장은 지난 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제 노조 활동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며 “민주노총식 정치 파업은 거부한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연령 조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등 복잡한 이슈의 한가운데 있다. 송 위원장은 “65세 이상 무임승차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며 “전장연이 다시 시위하면 맞불 시위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전국 MZ 노조 8곳과 협의체 출범을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이 협의체 이름은 ‘새로고침’이다. ‘정치 과잉’의 기존 노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작년 지하철파업 때 조합원 52% 증가

-작년 12월 서울 지하철 총파업 때 ‘올바른 노조’ 내부 분위기는?.

“당시 젊은 직원들이 올바른노조로 많이 옮겨왔다. 노사 교섭이 진행되던 한 달 새(10~11월) 조합원 수가 1250여 명에서 1900여 명으로 52% 증가했다. ‘왜 우리가 민노총이 주도하는 불합리한 정치 시위에 뛰어들어야 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이제 노조원 수가 2000명이다. 조만간 통합노조(한노총 산하)를 넘어 교통공사의 제2 노조가 될 것으로 본다.”

-파업 위주의 투쟁 방식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파업은 노조가 할 수 있는 쟁의 행위 중 하나지만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민노총 산하) ‘공사노조’가 정치적이고 불합리한 이유로 파업을 벌여 비판한 것이다. 파업은 시민의 공감을 얻어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제1 노조가 되면 시민을 먼저 설득하는 쪽으로 쟁의 방식을 바꾸고 싶다. 예를 들어 교통공사의 연간 적자가 1조원이 넘는데 직원들이 놀고 먹어서 생긴 적자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무기계약직을 대거 일반직으로 전환한 것, 원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지하철 요금(원가의 60%),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정부 지원금이 없는 것 등이 근본 원인이다. 우리가 1노조가 된다면 그런 문제를 먼저 정확히 알리고 싶다. 시민들과 토크콘서트도 하겠다. 파업으로 시민들 출근길만 막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MZ세대 노조원은 무엇이 다른가.

“MZ세대 조합원들은 두 가지가 중요하다. 회사 생활에서 불합리한 문제에 대해 내 목소리를 얼마나 노조가 제대로 대변해주느냐, 조합비를 내고 얼마나 실익을 누릴 수 있느냐이다. ‘한미 연합훈련 반대’ ‘이석기 석방’ 같은 구호를 외치는 노조보다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노조를 원한다. 그래서 MZ노조는 위원장도 영업 사원처럼 뛰어야 한다. 틈틈이 놀이공원, 렌터카 업체, 호텔 등을 다니면서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제휴 할인 혜택을 마련하려고 영업한다. 회사가 주지 못하는 혜택을 우리가 준다는 생각이다. 아직 조합원 수가 적어 제3 노조에 머물고 있지만 직원들 목소리를 잘 대변해 속 시원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회의 분위기도 다를 것 같다.

“우리 조합원들은 참 다양한 의견을 얘기한다. 기성세대가 보기엔 ‘버릇없다’고 느낄 수 있는 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MZ세대는 6·25전쟁이나 군사 독재, 민주화를 겪지 않았다. 덕분에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이 거의 없다. 정치적으로 노조와 회사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민노총이 정치적인 주장을 하면 MZ들은 ‘그래서? 그럼 너희는 뭔데?’라고 한다.”

조선일보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이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는 모습.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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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정치 편향성에 MZ세대 등 돌려

-기존 노조는 뭐가 제일 문제라고 보나.

“까라면 까라는 식이다. 집행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친일파나 ‘일베’로 매도하고 무지성적으로 모욕 주기를 한다. 노동을 포함해 모든 이슈를 정치적으로 접근한다. 정치 편향성이 제일 큰 문제다. 세상이 참 다양해졌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자기들과 다른 의견을 얘기하면 무조건 적으로 몰아간다. 나보고는 친일파 집안의 자식이라고도 하고 ‘일베충’이라고도 한다. ‘교통공사에 침투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들’ ‘회사 망치고 나가서 비례대표 받을 것’이란 얘기도 돌았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눈을 갖고 있으니 회사에 우리가 필요한 걸 요구하기보다 정치적으로 ‘누구 물러나라’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이다.”

-거대 노조에 맞서 할 말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사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민노총 소속인 공사노조는 조합원이 1만명, 우리는 2000명이다. 다수가 선동하면 소수는 상대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돼버린다. 그런 상황이 많이 힘들다. 아무리 말해봐야 안 믿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를 믿는 조합원들에게 실망을 안기고 싶지 않다. 그래서 참고 견딘다. 작은 노조지만 당당하게 나선다. 증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거짓말에는 바로 대응한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MZ 노조 8곳과 함께 협의체 만들 것

-다른 기업의 MZ세대 노조와 연대한다는데.

“2월 중순에 서울교통공사 외에 LG전자, 한국가스공사 등 MZ세대가 주축이 된 8사 노조와 함께 협의체를 출범시키려고 한다. 모두 노조를 해본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서로 도와가면서 새로운 노조 운동을 하려는 거다. 2021년 우리나라에 젊은 노조가 많이 생겼다. 그리고 민노총이 불법 파업을 하면서 젊은 노조의 역할이 부각됐다. 자연스럽게 위원장들끼리 연락하게 됐다. 협의체 이름은 ‘새로고침’ 노조 협의체다. 현재 노조 활동에서 잘못된 부분은 새로 고치자는 뜻이다. 아홉 노조를 합치면 조합원이 7000~8000명 정도 된다. 꽤 크다.”

-어떤 활동을 하려고 하나.

“정부에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를 개선하고 공정한 채용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금 노동조합법에 있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는 민노총 등 거대 기득권 노조가 사측과 협상권을 독식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MZ세대 노조 같은 신생 노조도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공평하게 하자는 것이다. 또 MZ세대를 절망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채용 비리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채용 비리가 많았는데 공정한 채용 보장도 꼭 필요하다. 우리가 주로 민노총의 행태를 비판하다 보니 보수 정권과 함께한다는 굴레도 생겼는데 MZ세대는 진보나 보수를 떠나 상식과 공정을 원한다. 정권과 상관없이 바른말을 할 수 있는 노조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장연 시위 재개하면 맞불 시위 할 것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예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무임승차 제도는 부당하다. 법으로는 무임승차를 정해놓고, 그 비용 부담은 교통공사와 직원들이 지게 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은 없다. 이 때문에 공사의 연간 적자가 2022년에는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직접 노인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면 된다.”

-지하철 운행 중단을 초래한 전장연 시위에 대한 생각은 .

“직원들이 전장연에 대해 이를 갈고 있다. 전장연이 직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2차 가해도 한다. 다리를 다친 직원도 있다. 휠체어에 철을 둘러 장갑차처럼 만들어 밀어붙인다. 시민들에게도 2년째 피해를 끼치고 있다. 사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때문에 시위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 때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그러는지. 제발 정치 쇼 좀 그만하면 좋겠다. 우리는 전장연이 다시 시위하면 규탄 성명 내고 행동할 것이다. 더 이상은 못 참는다. 맞불 시위도 생각하고 있다. 전장연 시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서울시가 지하철 요금 인상을 예고했는데.

“요금 인상은 당연히 필요하다. 지금은 학교 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100원 주면서 빵 3개 사 오라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말이 안 된다. 적자의 근본 원인 중 하나가 원가에도 한참 모자라는 요금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공사 직원들이 감당하고 있다. 서울시는 적자가 막대하다고 인원을 줄이라고 하고 기관 평가도 낮게 매긴다. 그럼 성과급도 못 받는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

☞송시영

1992년생으로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역무원(7급 주임)이다. 2019년 입사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평범한 직장인인 그는 2021년 기존 노조의 정치 투쟁에 화가 나 2030세대 직원 등 500여 명과 함께 교통공사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를 만들었다. 최근 노조원 수가 약 2000명으로 늘었다. 이 중 90% 정도가 MZ세대라고 한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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