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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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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지원 금기 깨진다... 佛·伊도 우크라에 장거리 방공 무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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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작년 12월 프랑스 공군이 ‘SAMP/T 방공 시스템(MAMBA·맘바)’를 이용해 훈련하는 모습/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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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 개전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 수준이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미국이 최신 주력 전차 지원에 이어 사거리 150㎞로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추가 제공하기로 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00㎞ 밖에서 미사일과 항공기, 무인기(드론)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공 시스템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방이 러시아와 확전(擴戰)을 우려해 최신 공격 무기와 장거리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던 ‘금기(禁忌)’가 속속 깨지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는 3일(현지 시각) “올봄 우크라이나에 ‘SAMP/T 방공 시스템(MAMBA·맘바)’을 보내기 위한 기술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맘바는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와 MBDA 이탈리아가 개발한 방공 미사일 체계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실전 배치한 최신 무기로, 항공기와 탄도 미사일은 물론 최대 10여 개의 순항 미사일을 100㎞ 밖에서 요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드론 추적과 파괴 성능까지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번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가 영토 전체에 걸쳐 러시아의 다양한 공중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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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P/T 방공 시스템과 지상 발사 소직경 폭탄(GLSDB)


미 국방부는 이날 “지상 발사 소직경 폭탄(GLSDB)을 포함, 22억달러(약 2조750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GLSDB는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다연장 로켓 발사대를 이용해 발사하는 ‘스마트 폭탄’이다. 적진 상공에서 로켓에서 분리돼 미리 입력한 좌표의 목표물로 날아가 정밀 타격하는 능력을 갖췄다. 최대 사거리는 150㎞로, 기존 하이마스용 유도 로켓(80㎞)의 2배에 육박한다.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ATACMS(에이태큼스) 미사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남부 자포리자와 동부 돈바스 후방의 러시아 보급로와 병참 기지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들 무기는 모두 비교적 최근 개발된 신형 무기다. 또 장거리 공격·방어용 무기란 공통점이 있다. AFP와 로이터통신 등은 “러시아 반발을 우려해 고성능 신무기와 장거리 무기를 제공하지 않던 서방의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24일 개전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를 위해 수만 명의 추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하는 작전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기존과 같은 ‘제한적 무기 지원’만으로는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역전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층 과감해진 서방의 무기 지원에 러시아는 또다시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공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경우, 위협의 성격에 따라 모든 종류의 무기를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대응은 ‘핵 억지에 대한 기본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 공격만으로도 러시아의 패전 가능성이 커지면 핵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서방은 대러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실시한 데 이어, 러시아산 디젤유(경유) 등 석유 정제 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5일부터 추가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EU는 구체적 가격 상한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AFP통신은 “경유와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 제품의 경우 배럴당 100달러, 중유 등 저부가가치 제품에 대해서는 45달러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합의에는 EU 회원국 외에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 주요 7국(G7)도 참여한다.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을 계속 받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세관 자료를 분석해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이 겉으로는 민수용 제품이지만, 미사일과 전폭기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과 장비를 러시아 국영 방산 업체에 수출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런 식으로 수출된 품목은 수만여 종으로, 이 중엔 내비게이션 장비, 전파 방해 장치, 항공기용 부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총 179명의 포로를 4일 교환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마리우폴과 헤르손, 바흐무트 등에서 교전 중 붙잡힌 우크라이나 군인 116명이 석방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총 63명의 러시아군 포로가 풀려났다”고 발표했다. 이번 포로 교환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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