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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구 격추’에 보복 예고 했지만…깊어지는 중국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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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미국 대사관 앞에 직원이 서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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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구’ 격추로 본격 ‘관리 모드’에 돌입하려던 미-중 관계가 다시 험악해지며, 중국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은 20차 당대회 이후 공세적인 ‘전랑외교’를 그만두고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려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미국이 2일(현지시각) 중국 기구가 자국 영공을 침투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중국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유감’의 뜻을 밝히고, 이 사태가 양국 관계 악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양국이 “의외의 상황에 대면하게 되더라도 통제력을 유지하고 적시의 의사소통을 통해 오판을 피하고 의견 차이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4일엔 “불가항력으로 인해 기구가 (미 영토 상공에) 잘못 들어간 것에 대해 유감의 뜻”도 전했다. 이번 사태가 개선의 실마리를 잡아가던 미-중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바란다는 중국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이 5~6일로 예상됐던 방중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이 결국 기구를 격추시키자 5일 오전 이전과 비슷한 강경한 어조의 성명을 내어 보복을 암시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해 10월 20차 당대회 이후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을 앞세운 공세적인 대외 정책을 이어간 결과 국제 고립이 심화됐다는 반성 때문이었다. 결국 3연임 확정이란 큰 산을 넘은 직후인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양국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사용·핵위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30일에는 주미대사였던 친강을 외교부장으로 임명했고, 지난 1월 초에는 위압적인 언사를 일삼으며 전랑외교를 주도했던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을 이동시켰다. 이런 중국 외교의 모습에 대해 공산당 관계자는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시 지도부가 러시아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어 미국·유럽과 긴장 완화를 해 균형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앞서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에 대해서도 적잖은 기대감을 드러냈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환영한다. 미국이 제로섬보다는 윈윈을 지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열한 사흘간의 공방 끝에 결국 이전처럼 미국에 “강한 불만과 항의”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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