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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세금 깎은 계약 늘었다 [E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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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강동 아파트 전세 3억 원씩 ‘뚝뚝’


아파트 전세 수요가 급감하면서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기존 계약 대비 금액을 낮추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21년 2분기~지난해 4분기 수도권에서 체결된 전월세 갱신 계약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에 기존 계약 대비 가격을 내린 ‘감액’ 계약이 전체의 13.1%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갱신 계약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다. 보통 임대차 계약은 2년 주기로 맺어지는 만큼 전체 갱신 계약 100건 중 13건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된 셈이다. 감액 계약 비중은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4.7%에 그쳤지만 이후 증가세를 이어갔다. 종전 계약과 동일한 금액으로 갱신한 계약 비율도 12.9%에 달했다.

일례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최근 보증금 7억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건으로 2년 전 보증금 9억5000만 원보다 2억5000만 원 저렴한 금액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같은 평형도 보증금 9억 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 2년 전 보증금(12억2000만 원)보다 3억 원 넘게 하락한 가격이다. 주변 트리지움, 리센츠 등 잠실 일대 대단지에서도 감액 계약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매경이코노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매경DB).


기존 전세 계약 대비 감액 비중 13.1%
감액 계약 비중이 늘어난 것은 금리 인상 여파로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1년 말 대비 7.37% 하락했다.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도 지난해 11월 기준 68.6에 그쳐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돌았다. 전세수급지수가 낮을수록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매수자 우위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늘고 월세 거래 전환이 늘면서 전셋값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집주인이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맺거나 세입자에게 전세대출 이자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이 가격 인하 협상 카드가 된 것은 세입자에게 보증금 반환 권한이 생겼기 때문이다. 갱신청구권 사용 이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3개월 전 퇴거를 통보하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세입자가 통상 2년으로 설정된 계약기간을 지키지 않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집주인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경우 전세 퇴거자금대출이라도 받으면 다행이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으로 대출이 막히면 집을 경매로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전세퇴거자금대출은 DSR 적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020년부터 시행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의 부작용을 우려해 보완책을 준비 중이다. 오는 9월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2년으로 4년 뒤에 전월세가격이 한꺼번에 오르게 하는 제도는 폐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임차인 주거권을 보장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고등학교 학제를 고려한 기본 계약기간 3년 설정, 장기임대주택 보유세 감면 등을 거론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시장 혼란을 부추긴 임대차3법을 지금이라도 개정해야 한다. 매매, 전셋값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집주인, 세입자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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