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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수도권 대단지마저 10% 할인분양 나왔다...어디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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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평촌센텀퍼스트
1순위 청약 0.22대 1 참패에
조합, 분양가 인하 ‘고육지책’


매일경제

수도권 대단지 청약에서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조합이 선제적으로 분양가를 깎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합원분담금 상승을 감수하고서라도 분양가를 낮춰 계약률을 높이는 것만이 사업을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책이라는 것을 조합이 인정한 것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완화 정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이같은 움직임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소재 평촌센텀퍼스트(덕현지구 재개발) 조합은 4일 긴급총회를 열고 분양가를 10% 내리기로 결정했다.

당초 이 단지 3.3㎡ 평균분양가는 3211만원이었지만 조합의 이번 결단에 따라 2889만원으로 내려가게 됐다. 이에 따라 최고가 기준 전용면적 59㎡ 평형은 분양가가 기존 8억800만원에서 7억2720만원으로 8000만원 가량 싸졌다. 전용 84㎡ 평형은 10억 7200만 원에서 9억 6480만 원으로 내려간다. 분양가를 1억원 넘게 할인하는 것이다.

이 단지는 지난달 9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 시장 문을 열었다. 전체 2886가구 중 1228가구를 시장에 내놨다. 수도권 대표 학군지 중 하나인 평촌에 새로 나오는 대단지로 관심을 끌었지만 문제는 분양가였다.

인근 단지 대비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청약경쟁률은 1순위 기준 0.22대 1에 그쳤다. 1순위에서 1150가구가 소비자 선택을 기다렸지만 청약서류를 낸 사람은 고작 257명에 불과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계약참패는 불보듯 뻔했다. ‘계약자가 거의 없을 것’이란 입소문이 부동산 중개업소를 타고 퍼져나갔다.

‘평촌센텀퍼스트’와 맞닿아 있는 ‘평촌더샵아이파크’ 등 인근 단지 시세 하락은 불안감을 더 커지게 했다. 평촌더샵아이파크는 2019년 3월 준공한 1174가구 아파트다. 2021년 9월 13억85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 평형은 지난해 11월 9억500만원에 계약서가 오갔다. 할인전 ‘평촌센텀퍼스트’ 분양가와 비교하면 1억5000만원 가량 낮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인근 단지 시세가 속절없이 내려가는 것을 보고 할인분양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조합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빠른 결단을 통해 최악의 미분양 사태를 겪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당초 2020년 선분양 일정이 잡혀있었다. 하지만 적정분양가를 둘러싸고 한국주택보증공사(HUG)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분양가를 높일 요량으로 후분양을 택했다. 하지만 분양시점에 수도권 아파트가 극심한 침체에 빠지며 분양가를 내리는 고육지책을 써야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앞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할지도 관심이다. 올해 서울 동작구에 나오는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771가구)’,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 등이 후분양을 택한 대표단지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예비청약자 사이에 ‘분양가가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게 됐다”며 “비슷한 움직임이 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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