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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中, 위성으로도 볼 수 있는데... 美에 불안감 주려 ‘정찰 풍선’ 띄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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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4일(현지 시각) 미 F-22 스텔스 전투기의 공대공미사일 공격을 받은 중국 정찰 풍선이 공중에서 폭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국이 격추한 중국 정찰 풍선은 심각한 군사적 위협은 아니지만, 미 정부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압박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 정찰 풍선은 버스 3대 크기로 소형 모터와 프로펠러로 움직이며, 장착된 장비 중에는 각종 센서 등 통상 기상 관측·민간 연구용으로는 쓰이지 않는 것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미 본토를 횡단한 정찰 풍선은 고도 18~20㎞를 유지했는데 이는 정찰 위성 고도(수백㎞)보다는 훨씬 낮아 선명한 사진을 찍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도 수백㎞ 상공에서 10여㎝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찰 위성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현실적으로 정찰 풍선이 정찰 위성보다 높은 해상도의 사진을 찍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미 몬태나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 상공 등에서 정찰 위성보다 장시간 머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점은 있는데, 이 또한 기류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풍선이 지상 가까운 곳에서 미국의 인프라 관련 정보를 취득하거나 미 통신 시스템의 저주파 신호를 감청했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의 의도는 강경 대응이 힘든 ‘회색 지대 전술’로 미 정부와 국민들을 압박하려는 ‘인지전(認知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찰 풍선이 미 본토를 관통하면서 본토라고 안전한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하는 게 중국의 목적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자유항행작전에 대한 견제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이 ‘기상관측용 민간 풍선’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군사적 강경 대응을 하기 힘들 게 만들려는 ‘회색 지대 전술’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벤저민 호 코디네이터는 “뭐든 정보를 빼내고 싶었다면 더 좋은 방법이 많다”며 “풍선은 미국에 보내는 신호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본 것”이라고 BBC에 밝혔다.

조선일보

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프사이드 비치 해안 상공에서 미 전투기가 중국 '정찰풍선'이 격추된 직후 비행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내고 소유한 고고도 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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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군사적으로 사용된 것은 오랜 역사가 있다. 2차 대전 때 일본이 미 본토로 날려 보낸 풍선 폭탄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1944년 11월부터 1945년 3월까지 9000개 이상의 풍선 폭탄을 미국으로 날려 보냈는데 실제 미 본토에 도착한 것은 1000개 미만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효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1945년 풍선 하나가 미국 오리건주에 떨어져 민간인 6명이 사망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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