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임금님표 이천쌀 배신한 이천농협…고품질 차등 수매 백지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단백질 함량 6% 이하면 1만원 추가 약속 철회

한겨레

지난해 10월 경기 이천시 부발읍 부발농협 조합원들이 거리에 내건 펼침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라는 대로 했더니, 되레 손해만 보게 생겼어요. 농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이지 않나.”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서 50마지기(1마지기=660㎡·200평)가량의 벼농사를 짓는 농민 ㄱ씨는 5일 <한겨레>와 만나 농협이 계약재배 계약 당시 ‘수매가격을 단백질 분석률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농협은 단백질 함량이 6% 이하면 1포(40㎏)당 1만원을 농가에 더 지급하고, 6.1~7.0%는 지원이 없고, 7.1%를 넘기면 1만원을 차감하는 수매 방식을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했다. 단백질 함량은 화학비료를 많이 줄 때 높게 나타나며, 함량이 높으면 밥맛(미질)이 떨어진다. 화학비료를 덜 쓰면 쌀 생산량은 감소한다.

실제 지난해 10월 경기 이천지역 10개 농협은 모두 쌀 수매를 할 때 차등지급 약속을 철회했다. 김종국 이천시농협조합장운영협의회 회장은 “분석기의 잦은 오류와 도정한 쌀이 아닌 산물 벼로 단백질 함량을 분석한 탓에 수치가 들쭉날쭉했다. 나아가 단백질 함량이 대부분 높게 나타나 농가소득 저하를 우려해 조합장협의회에서 합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농민들은 조합장들이 조합원들의 승인도 없이 수매계약 방식을 바꾸고, 단백질 함량 분석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각 농협은 지난해 10월8일부터 농가별로 단백질 함량 수치가 적힌 인증서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또다른 농민 ㄴ씨는 “2020년부터 이천시와 농협이 단백질 함량을 낮추기 위해 화학비료 덜 쓰고, 볏짚 퇴비화 등을 시범 시행하면서 2022년에 차등지급 수매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며 “2년의 준비 과정을 거치고도 황당한 변명을 (농협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천시도 약속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단백질 함량을 6.0% 이하로 낮춘 농가에 1포당 2000원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가 모든 농가에 1000원씩을 일괄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해서다. 최중선 이천시 쌀사랑팀장은 “단백질 분석기의 신뢰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라며 “이천시가 지급하는 지원금은 임금님표 이천쌀 생산 장려를 위한 것으로, 농민들이 전반적으로 피해를 덜 받는 쪽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농민 ㄷ씨는 “결국 이천시와 농협만 믿고, 화학비료 덜 쓴 농가만 생산량이 줄어 피해를 보게 된 꼴”이라며 “조합장들이 3월8일 치르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서 그런 결정을 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한편 이천지역 벼농사 농가는 5889곳으로, 재배면적은 5860㏊다. 이들 농가의 90% 이상이 이천시 권장 품종인 해들과 알찬미를 생산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키 4m 코끼리 사냥한 인류…고기 13t 말리고 얼리고
▶▶신규 전염병, 사흘에 하나꼴로 출현하고 있다▶▶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