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주민 찾아 의료사각 메우는 ‘우리동네의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광주 광산구의 한 가정을 방문한 임형석 우리동네의원 원장(오른쪽)이 환자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21년 광주 광산구 주민
1000여명 출자해 설립한
전국 최초의 의료협동조합

의료진 5명 ‘방문 진료’ 등
홀몸 노인 등 돌봄 큰 활약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방문 진료’는 희망이자 생존의 문제입니다.”

광주 광산구 ‘우리동네의원’에서 지난 2일 만난 임형석 원장(51)은 혈압 체크기와 채혈 장비 등을 챙겨 방문 진료에 나섰다.

임 원장이 찾은 곳은 거동이 불편한 홀몸노인의 집이다. 그는 방바닥 구석구석을 손으로 짚어가며 “난방은 잘되느냐”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냐”고 말을 건네면서 노인의 혈압을 확인했다.

노인은 “병원 진료는커녕 약을 타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의사선생님께서 매번 직접 찾아와주고 진료도 해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40분가량 진료를 마친 뒤 다음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그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임 원장은 이날에만 4곳을 더 방문해야 했다.

그는 “방문 진료를 통해 처음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정확한 병명을 모르고 사회복지사 등을 통해 약 처방만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며 “의사가 환자를 보고 진료할 수 없다 보니 엉뚱한 약을 처방해 (몸) 상태를 악화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환자들 건강뿐 아니라 돌봄을 충분히 받는지 등을 챙기는 것도 자신의 역할이라고 임 원장은 생각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불편이 확인되거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구청과 직접 연결해 해결 방안을 찾는다.

우리동네의원은 2021년 7월 빛고을국민체육센터 1층에 설립됐다. 지역 의료복지 향상을 위해 결성된 광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소속 시민 1000여명이 출자금을 보탰다.

광산구는 지역에 안정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보고 2015년부터 조합 설립을 도왔다. 민관이 힘을 모아 의료협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전국 처음이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이곳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과 연계해 주민들을 위해 방문 진료를 한다. 진료나 방문 진료는 조합원이 아닌 시민들도 진료 가능 인원의 50%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임 원장을 비롯해 이곳에 근무하는 간호사·작업치료사 등 5명은 오전에는 상주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곳곳을 돌며 방문 진료를 한다. 초창기에는 사정을 모르고 방문한 환자들의 항의가 많았지만, 의료 소외계층을 돕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환자 대부분이 이해해주는 분위기다.

방문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거나 홀몸노인이다. 방문 진료를 하면 이들이 힘들게 병원을 찾거나 요양병원 등에 입원하지 않고 집에 머물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방문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설립 첫해 방문 진료는 매달 평균 65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55여명에 달한다. 임 원장은 “고령화 인구 구조에 비해 재택 의료 인프라 수준은 매우 낮다”며 “방문 진료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인 만큼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경미 광산구 통합돌봄팀장은 “광주시가 오는 4월부터 추진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에 발맞춰 방문 진료를 활성화하고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 10시간 동안의 타임라인 공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