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가족 떠나 타국살이는 수치” 이라크 여성 유튜버, 아버지가 명예살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이라크 출신 유튜버 티바 알-알리(22)/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라크 국적의 여성 유튜버가 가족을 떠나 혼자 살았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명예살인’을 당했다고 AFP 통신 등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명예살인은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아버지나 오빠 등 가족 구성원이 여성을 죽이는 악습이다.

외신에 따르면 유튜브 구독자 2만여 명을 보유한 이라크 여성 티바 알-알리(22)가 지난달 31일 남부 디와니야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됐다. 2017년 튀르키예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 홀로 정착한 알-알리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영상에 등장하는 시리아 출신 약혼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사건은 알-알리가 국제 축구대회인 ‘아라비안 걸프컵’을 관람하기 위해 지난달 이라크를 방문하면서 벌어졌다. 알-알리의 귀국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이 그를 납치해 디와니야의 본가로 데려갔고, 딸이 타국에서 혼자 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아버지가 잠들어 있던 알-알리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의 아버지는 경찰에 범행을 자백하며 “수치스러움을 씻어내기 위해 딸을 죽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외에서 명예살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라크 정치인 알라 탈라바니는 트위터에 “법적 제재와 정부 대책이 부재해 우리 사회 여성들이 후진적 관습의 인질로 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라크 형법은 명예범죄에 관대하다”며 “당국이 여성과 소녀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제를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끔찍한 살인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나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