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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9명 실종' 전복 어선... 평소에도 물 새고 출항 때도 '기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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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 신안군 해상서 전복 사고 3명 구조
3000여개 통발어구 등 내부 수색 난항
실종자 가족들 애타게 구조소식 기다려
해경 함정 등 34척 수색... 6일 인양 계획

한국일보

5일 오후 해경과 해군이 신안군 해상에서 청보호 전복사고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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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12명이 탄 어선이 뒤집혀 9명이 실종되고 3명이 구조됐다. 해당 어선은 평소에도 침수가 있었고, 출항 당시 배가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이 있었다는 선원 진술이 나왔다.

5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9분쯤 신안군 임자면 재원리 대비치도 서쪽 16.6㎞ 해상에서 인천 선적인 통발어선 ‘청보호(24톤급)’의 전복 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청보호는 “기관실 쪽에 바닷물이 차고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청보호에는 한국인 선원 9명과 베트남인 2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모두 12명이 타고 있었다.

구조당국은 청보호 위치를 파악해 인근 해상을 지나던 화물선 ‘광양프론티어호’에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광양프론티어호는 이날 오전 0시 15분쯤 부유물을 잡고 있던 40대 한국 선원 2명과 20대 인도네시아인 1명 등 3명을 구조했다. 이들은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상태다.

나머지 9명(한국인 7명·베트남인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사고 당시 3명은 기관실에 있었고, 나머지 6명은 어선 선미 갑판 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3명은 모두 갑판 선수에 있었다.

해경은 청보호 기관실에 물이 차면서 순식간에 뒤집힌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해철 목포해경서장은 “기관실에 물이 차오르자 기관장과 베트남 국적 선원이 물을 퍼냈고, 선장까지 3명이 기관실에 있었는데 신고 10분 만에 갑자기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된 선원들에 따르면 배가 갑자기 전복되면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구명뗏목도 펴지지 않았으며, 선원들도 구명조끼를 입을 새도 없이 사고를 당했다.

해경은 사고 이전부터 선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날 구조된 선원은 "평소에도 배 오른쪽 엔진이 좋지 않았고, 기관실에 물이 종종 샜다"며 "사고 당일 출항 때도 물이 샜지만 양이 많지 않아 그냥 운항했다"고 말했다. 구조된 다른 선원도 "출발할 때부터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5일 신안해역에서 전복된 청보호에서 구조된 선원들이 육지로 이송, 119구조대가 인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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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이날 청보호가 가라앉지 않도록 좌현과 우현에 총 6개의 리프트 백을 설치하고 구조 작업에 나섰다. 어선 내부 에어포켓에 실종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선체를 두드리며 살펴봤지만 생존 반응은 확인하지 못했다. 전날부터 잠수사 15명을 투입해 5차례에 걸쳐 선박 내부 진입을 시도했으나, 통발어구 3,000여 개가 얽히고설킨 채 선체를 감싸고 있어 기관실과 선실 진입에는 실패했다.

이날 실종자 구조를 위해 해경함정 25척과 해군함정 3척, 어업지도선 4척, 민간어선 2척 등 선박 34척과 항공기 6대가 투입돼 인근 해역을 수색했다. 전남도 지도선 2척과 민간 어선 250척도 동원됐다.

실종자 가족들도 애타게 생존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청보호 선장의 처남(40)은 “전날 밤 10시쯤 누나와 매형이 일상적인 애기를 나눌 정도로 배 안에는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면서 "통발이 얽혀 있으면 자르고라도 진입하면 되지 않느냐"고 답답해했다. 실종된 기관장의 아내는 "지난 1일 진도에 입항했다는 말이 마지막"이라며 "바닷일이 힘에 부쳐 내년에는 은퇴하고 가족들을 돌보겠다고 했다"고 울먹였다.

지난해 3월 건조된 청보호는 지난달 30일에는 목포항을 출항해 지난 1일 진도 서망항에 입항했다. 지난 2일 다시 서망항을 출항한 청보호는 출항 사흘 만에 사고가 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직후 철저한 인명 수색과 구조를 긴급 지시하고 해양수산부장관과 행정안전부 차관을 현지에 급파했다. 해경은 6일 오전 사고 선박을 인양할 계획이다.


신안=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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