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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美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 격앙… 中 “과잉 반응”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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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 풍선 격추’ G2 다시 격랑

바이든 지시… 대서양 해상서 격추

8일간 추적 끝 공대공 미사일 발사

블링컨 “용납할 수 없어” 4번 언급

방중 취소로 화해 무드에 ‘찬물’

발끈한 中, 확전은 자제

유감 표명에도 美 공세 펴자 반발

“돌발상황 처리 소통해야” 강조도

“中 풍선, 日·대만서도 출현” 보도

올해 들어 개선 조짐이 보이던 미국과 중국 관계가 ‘정찰 풍선’ 사태로 다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민간 기상관측용 풍선이라는 중국 측 설명을 배척하고 정찰 목적임을 연일 강조하는 미국이 이를 돌발 호재로 삼아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형국이다. 중국은 미국 측 공세에 발끈했지만, 확전은 피하려는 모양새다.

중국 정찰 풍선에 대한 미국 대응은 긴박하게 이뤄졌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알류샨 열도 북쪽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파악해 추적해왔고, 지난 2일 몬태나주 상공에 재출현하자 곧바로 F-22 스텔스 전투기를 출격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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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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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국방부의 보고를 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민간의 피해를 주지 않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즉시 격추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미군은 정찰 풍선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인근 대서양 해상에 이르자 곧장 미사일로 격추했다.

미국은 중국 정찰 풍선의 자국 영토 침범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4일 정찰 풍선 격추 사실을 알리는 성명에서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고 중국을 규탄했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5∼6일로 예정됐던 중국 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그는 전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 중 정찰 풍선을 보낸 행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무책임한’(irresponsible)이라는 표현을 각각 4번씩이나 사용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나의 방중 전에 이런 조치를 한 것은 우리가 하려고 준비했던 실질적인 대화에 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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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격추 뒤 기지로 복귀하는 F-22 미군 최신예 F-22 랩터 전투기(원 안)가 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인근 대서양 해상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사진 위 하얀 물체)을 미사일로 타격해 터뜨린 뒤 하얀 비행운을 남기며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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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 사건 직전까지만 해도 양국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양국의 열린 소통 라인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8일 스위스에서 만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도 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미·중 간 화해 무드 조성 국면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핵 도발, 대만 사태 등을 둘러싼 안보 현안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대해 양국의 핵심 정책 당국자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기회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현존하는 최강·최신예 전투기까지 동원해 국민이 버젓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풍선을 파괴하자 과잉 반응이라며 발끈했지만 정면충돌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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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풍선이 포착된 직후에도 정찰 의도에는 선을 그었지만 미국 영공 진입을 인정하며 유감을 표하는 등 한껏 자세를 낮췄다.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강공태세를 이어가자 중국은 다소 강한 어조로 정찰 의도를 부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4일 성명에서 “중국은 어떤 주권 국가의 영토와 영공도 침범할 의도가 없고, 침범하지도 않았다”며 “미국의 일부 정객과 매체가 이번 일을 구실 삼아 중국을 공격하고 먹칠하는 데 대해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는 놓지 않았다. 외교부는 “각급에서의 접촉과 소통을 유지하는 것은 중·미 정상이 발리 정상회담에서 도달한 중요한 공동 인식”이라며 “양국 외교팀의 역할 중 하나는 양국 관계를 적절히 관리·통제하고, 특히 일부 뜻밖의 상황을 냉정하고 온당하게 처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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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도와 달리 파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 언론은 5일 미국이 격추한 중국의 기구가 대만에서도 2021년 이후 2차례 출현한 사례가 있다고 보도했다. 2020년에 일본 미야기 지역에서도 관측됐다는 보도와 함께였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의 쑤쯔윈 연구원은 미·중 관계의 긴장을 불러일으킨 이번 중국 정찰 풍선이 기상 용도나 사진 촬영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양융밍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중 신냉전의 서막이 정식으로 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베이징=박영준·이귀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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