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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기자까지 고발한 대통령실, ‘입막음 으름장’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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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천공’의 정법 강의. 지난 1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다보스포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정법 갈무리


대통령실이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다녀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보도한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들을 3일 경찰에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가짜 의혹”이라며 “천공의 동선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되거나 관저 출입을 목격한 증인이나 영상 등 객관적 근거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초 보도인 2일 <뉴스토마토> 기사를 보면, 부승찬 전 대변인 인터뷰와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구체적 증언을 담았고, 부 전 대변인이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과 천공의 공관 방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지난해 4월1일 육군 행사에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 남 전 총장, 천공, 경호처 등에 확인을 요청하는 등 반론과 해명을 받기 위해 애썼다. 이들은 답을 않거나 부인했다. 대통령실 주장처럼 ‘천공의 동선’과 ‘관저 출입 영상’을 파악하거나 제시하진 못했다. 형사고발이 되었으니, 이제 수사기관에서 확인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먼저 ‘관저 출입 시시티브이(CCTV) 영상’과 거명된 정부 인사들의 당일 동선을 먼저 밝히고 해명하면 되지 않는가.

언론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언론이 보도를 하려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확인 과정을 거쳐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완벽한 확인을 하기 전까진 ‘의혹’ 제기도 해선 안 된다는 건 맞지 않다. 더욱이 권력은 늘 견제·감시받아야 한다. 최고 권부가 자신에 대한 의혹에 제대로 해명은 않고, 덮어놓고 고발부터 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보도 다음날, 이 주장을 한 부 전 대변인뿐 아니라 보도한 언론까지 고발했다는 건 다른 언론의 추가 취재를 막으려는 목적이 명백해 보인다. 특히 언론사 책임자가 아닌 보도한 기자 개인을 고발했다는 건 치졸한 행위다. 으름장과 위협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에도 ‘천공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당시 김 전 의원이 출연한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김어준씨를 방송 다음날 곧바로 고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할 때마다 ‘자유’를 입에 달고 산다. ‘윤석열의 자유’는 ‘대통령실의 고발할 자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고발은 신중해야 한다. 법에 호소하고 의지하는 것은 힘없는 이들이 최후의 보루로 삼는 것이지, 대통령의 언론 입막음용 재갈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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